|
새벽 포구 - 이향숙
어둠의 홑이불 걷어내며 낮게 깔린 해무 사이로 철썩, 잠든 바다 깨우는 소리
밤새 그리움에 휘어졌던 낚싯줄 감을 때 어깨 위에는 서리 맞는 별빛이 눅눅이 앉아 있다
투박한 손마디에 밴 짠내와 그물 사이로 튀어오르는 은빛 비명들 다시 비릿한 활기로 출렁이고
먼 길 돌아온 지친 등대도 이제야 노란 눈 감으며 안도의 긴 숨 내뱉는 시간
항구의 붉은 햇살 한 점 입에 물고 가장 뜨거운 문장 써 내려간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새벽 포구」는 해무 사이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밤새 조업을 마친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한 이미지로 그려 독자를 포구의 새벽으로 이끈다. 특히“서리 맞는 별빛이 눅눅이 앉아 있다”는 표현은 고단한 노동의 흔적과 쓸쓸한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투박한 손마디에 밴 짠내와 그물 사이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은빛 비명들”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과 활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밤새 항로를 밝혀 주던 등대가“노란 눈 감으며 안도의 긴 숨 내뱉는 시간”이라는 의인화는 새벽 항구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끼게 해 감동을 더 한다. 무엇보다 마지막“붉은 햇살 한 점 입에 물고 가장 뜨거운 문장 써 내려간다”는 구절은 항구의 모습을 시인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승화시켜 압권이다. 새벽 포구의 풍경을 통해 삶의 치열함과 희망, 그리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는 감각적인 표현과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새벽 바다의 풍경에 어민들의 삶과 노동의 가치를 시적으로 잘 담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