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식탁에서 나의 허기를 읽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28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인간은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먹는 일은 단지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맛있는 음식 한 점에 기쁨을 느끼며 고단한 하루를 잊게 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 식사의 즐거움이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머물지 않고 타인의 식사를 관찰하는 독특한 현상으로 확장되었다. 바로 ‘먹방’이다. 처음에는 유튜버가 카메라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모습을 왜 찍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저 별스러운 방송이라 여겼다. 그랬던 식사 장면이 어느새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인기 콘텐츠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을 먹방 앞으로 불러모을까. 영상 속 한 여자가 짜장면 열두 그릇을 먹고, 어떤 이는 라면 여덟 개를 단숨에 먹어 치운다. 5~6명이 먹을 양이 한 사람의 입으로 사라지니 저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 한 남자의 물국수 먹방을 보았다. 한눈에 봐도 자그마치 5인분은 돼 보이는 양이었다. 그는 젓가락으로 국수를 입안 가득 밀어 넣고는 몇 번 우물거리다 이내 파김치를 집어 들었다. 입안의 음식이 채 씹히기도 전에 다음 한입이 들어갔다. 목울대가 꿀꺽하고 넘어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다음 음식이 들이찼다. 먹는다기보다 입안으로 음식을 들이붓는 것에 가까웠다. 혼자서 비빔냉면 3인분에 돼지갈비를 먹는 장면도 보았다. 매콤한 붉은 양념을 듬뿍 묻힌 냉면 한 젓가락을 입안 가득 넣자마자 곧바로 갈비를 집어 든다. 젓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음식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맛이 당기고, 직접 먹지 않았는데도 함께 식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만약 배가 고픈 사람이 이 장면을 본다면 먹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이것이 먹방의 묘한 힘이다. 먹방을 보는 사람은 음식을 직접 먹지 않으면서도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얻는다. 음식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지만, 현실에서는 건강, 체중, 경제적 부담이나 시간 부족 등의 제약으로 마음껏 먹기 어렵다. 시청자는 화면 속 인물이 대신 실컷 먹어주는 모습을 통해 제약 없이 욕망을 잠시 해소하고,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듯한 온기를 느낀다. 호기심도 작용한다. 평범한 사람이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 것은 특별하지 않지만, 한 사람이 열두 그릇을 먹는다면 ‘저게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거나 기이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에게 시선이 가는 것처럼, 먹방 역시 평범함을 넘어서는 순간 볼거리가 된다. 먹방 유튜버들은 이런 심리를 잘 안다.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특이하게 먹으며 관심을 끈다. 시청자가 영상을 클릭해 조회 수가 올라가면 광고와 후원으로 수익이 생긴다. 먹는 행위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돈이 되는 구조다. 먹방이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처럼 자본의 논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먹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지나치면 몸을 해친다. 먹는 즐거움이 경쟁이 되는 순간 음식은 부담이 되고 만다. 따라서 화면 속 과도한 식사량을 건강한 삶의 모습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먹방은 재미있는 볼거리인 동시에 과식과 경쟁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먹방은 풍요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식사 풍경이다. 예전에는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누었지만, 1인 가구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차가운 화면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비록 식탁은 혼자일지라도 화면 속 인물의 숟가락질 소리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결국 우리가 화면을 바라보는 것은 음식 그 자체보다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고 싶은 오래된 본능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먹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인간은 단지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인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존재가 아닐까. 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순간,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 마음의 빈자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처럼 먹방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비춘다. 무섭게 음식을 비워내는 모습 뒤에는 단순한 물리적 허기를 넘어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은밀한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먹방의 진정한 인기는 음식의 양에 있지 않다. 남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며 우리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허기와 욕망을 마주한다. 먹방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갈망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가만히 다독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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