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27회-최후의 만찬 14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6일
“어 아빠다.”
“아빠, 많이 쇠약해 지셨다던데, 요즘 몸은 어떠세요?”
“어, 난 괘않다. 넌 요새 어떠노? 몸조리는 잘 하고 있제?”
“네, 병원에 다녀 온 뒤로 몸이 많이 좋아졌네요.”
“그래, 애들은 아픈데 없이 잘 크제?”
“네, 다행히 애들은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어요.…”
봉하노송은 딸 호연에게 사위 목서방의 안부를 물으려다 입을 닫았다. 며칠 전 그는 변호사인 목서방과 통화를 한 바 있다.
“노송님, 목 변호사 전화 연결됐습니다.”
김경남 비서관이 봉하노송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목서방, 잘 지내나?”
“네, 어르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목서방은 봉하노송을 ‘장인어른’이나 ‘아버님’이라 부르지 않고 ‘어르신’이라 부른다. 장인과 사위의 관계인데도 두 사람은 여태껏 전화통화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며칠 전의 전화통화가 처음이었다. 아마도 봉하노송이 살아생전에 사위와 연결한 처음이자 마지막 전화통화일 성 싶다.
결혼식 직후, 목서방의 처가는 청와대였다. 봉하노송이 청와대에 머무는 동안, 목서방은 가능하면 청와대에 가지 않았다. 꼭 가야 될 특별한 일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정장을 차려 입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는 처가와 거리를 두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에 옷차림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친인척 문제로 고초를 겪는 걸 여러 번 봤기에 목서방은 스스로 절제했다.
두 사람은 장인과 사위 간의 정을 쌓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봉하노송의 퇴임 후, 그런 기회가 잠시 있었다. 하지만 박차대 게이트와 관련 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그런 기회도 사라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목서방은 장인인 봉하노송과 마주앉아 술을 한 잔 마셔본 적도 없다.
목서방의 첫 직장은 법무법인 HW였다. 2005년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의 대형로펌에서 1년 간 근무한 뒤, 2007년 귀국했다. 하지만 그를 받아 주는 국내의 로펌은 없었다.
목서방이 HW에 입사했던 2003년 1월, 그 때도 대통령의 사위라는 신분상의 특수성 때문에 그에 대한 주변의 입방아가 심했다. 그가 사법연수원 수료 후,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고 미국 대학의 로스쿨에 가려고 유학을 고려한다는 소문도 항간에 나돌았다.
봉하노송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던 목서방은 장인의 퇴임에 맞춰 변호사인 친구와 함께 쓸 변호사 사무실 마련에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연 공동 변호사 사무실에 친구가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네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목서방과 사무실을 같이 쓰면 자신들에게 무슨 변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겁을 먹은 탓이다. 박차대 게이트 발생 후, 실제로 목서방과 관련된 의혹들이 언론에서 쏟아졌다. 이런 와중에서 요즘 그는 혼자 쓸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느라고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다.
봉하노송의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목서방은 엄중한 감시를 받았다. 장인의 대통령 퇴임 후엔 자유로워 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전 보다 더 그를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해서 목서방은 물론이고 호연도 생활의 자유가 없다. 손발이 풀려서 돌아다닐 수 있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갇혀 있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수형생활이 아니고 무엇이랴.
박차대 게이트 이후, 메이히로 정권은 목서방과 호연을 일정한 틀에 옭아맸다. 두 사람을 다양한 명목으로 소환했고, 그 때마다 목서방 부부는 세상 사람들의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목서방!”
“네, 어르신!”
“잘 견뎌주게, 그리고 우리 딸 호연이 잘 부탁하네!”
목서방의 대꾸가 늦어졌다.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서 이런 말을 던지는 봉하노송의 의중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역시 봉하노송처럼 변호사인데, 난생 처음 연결 된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내뱉는 장인의 말을 허투루 들을 리 만무하다.
“네, 어르신, 제 역할은 제가 다하겠습니다.”
“목서방!”
“네, 어르신!”
“고맙네!…”
이렇게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목서방이 호연에게 전하지 않은 듯하다. 목서방이 그 사실을 호연에게 자세하게 전했다면 호연이 괜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눈치를 챌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판단 때문에 봉하노송은 며칠 전 목서방과 통화를 한 사실을 호연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아빠, 죄송해요!”
호연이 울먹이는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뭐가 죄송하다는거노?”
“정말 죄송해요, 아빠!…”
눈물이 배어 있는 호연의 목소리에 봉하노송은 할 말을 잊었다.
‘사랑하는 우리 딸, 호연아!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을텐데, 미안하다, 호연아!…아빠는 내일 네 곁을 떠난다. 너와 영원히 이별을 해야 된다. 길게 통화를 하면서 이것저것 묻고, 위로도 하고 싶다만 통화가 더 길어지면 금방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내가 참지 못할 것이다.…부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길 바란다.…너 역시 내일 오전에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를 듣더라도 봉하까지 조심조심 내려와야 된다.…우리 딸 호연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아빠와 딸이라는 천륜을 맺고 너와 함께 살아 온 삼십 여년의 세월 동안 이 아빠는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계속) |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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