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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을 위하여, 공간에 대한 단상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8일
ⓒ e-전라매일

올 한 해 우리가 흔히 들었던 ‘소확행(小確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6년 출간 에세이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등장해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 트렌드를 나타내는 대표적 단어가 됐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잘 정리돼 있는 속옷을 볼 때 느끼는 작은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현실이 팍팍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인의 웰빙 수준은 조사대상 38개국 중 29위이며 삶의 만족은 30위, 사회적 지원은 38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소득불평도 수준은 매우 높고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가 심하며 청년층 실업률은 높은 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풍요를 달성했지만 불평등은 심화됐으며 우리는 행복하지 못하다. 행복은 주관적이고 심리적 요소이지만 국가라는 사회적 공간 안에서의 제도와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히말라야 동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은 경제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생태계 보전, 문화다양성 등을 강조하며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을 중시한다. 그 결과 국민의 97%가 행복하며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1위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의 행복수준은 어떠한가. 공간은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며 공간을 벗어난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행복의 조건으로서 공간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도시 공간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택, 일자리,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원의 배분은 ‘공간적으로도’ 공평해야 한다. 인간의 기본욕구(basic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활인프라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은 국민 누구나 차별받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공간 정의(spatial justice)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차별받는 공간에서 산다는 인식이 있는 한 행복은 저 멀리에 있을 뿐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정(情)’의 문화, 이웃 간에 나눔이 강한 사회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 등 한국의 사회적 지표 순위는 소득과 같은 경제적 지표보다도 더 낮았으며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의 경제성장이 만들어낸 독립적 공간형태인 초고층 아파트로 도배질 된 주거문화에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기 어려우며 관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혼자 즐기는 혼밥과 혼술, 욜로(YOLO)족 등 개인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대에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나 신뢰할만한 이웃관계에 대한 복원은 쉽지 않다. 요즘 사회적 대인관계 활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파워블로거, 유튜브 크리에이터과 같이 사이버 공간에서 익숙하게 이뤄지지만 가상공간에서의 활동만으로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 대인관계에서의 의미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말과 글 이상의 미묘한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는 표정, 태도, 몸짓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상의 참여만으로는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기는 부족하며 이에 추가적으로 실제 공간에서의 만남을 통해 상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형성될 수 있다. 사람들 간의 사회적 활동과 관계를 강화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나 사회적 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 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을 확보한다든지 교류가 활발한 근린공동체를 유도하는 주거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erg)는 인간의 심리와 정신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3의 공간 개념을 적용한 공간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집(제1의 공간), 일터(제2의 공간)는 책임감에 짓눌려 피로감이 쌓이는 공간인 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공원, 광장, 카페, 동호회 등과 같은 공동체 공간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우연히 길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이웃들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와 신뢰를 형성하기도 한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와 같은 도시 운동가들은 계획된 만남보다는 우연한 만남들이 도시의 활력과 사람들의 자유로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물리적 환경에 의해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걷기 좋은 환경, 건물의 입구와 현관 배치, 길의 구조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는 우리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시켜 주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사람들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의 도시는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이야기하고 걸어다니는 공간이며 이러한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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