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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종합

<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36회-오래된 생각이다 9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14일
이 때 내실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봉하노송과 유정상 사이에 흐르던 불꽃이 튈 것만 같던 정적이 깨졌다.
방문을 여닫는 소리에 봉하노송과 유정상의 불이 켜진 눈이 내실 쪽으로 돌아갔다. 내실 안에서 봉하부인이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 나왔다. 그미가 봉하노송과 마주보고 소파에 앉기까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봉하노송이 눈을 부라리며 그미를 노려보았다. 그미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훌쩍댔다. 한참 뒤 봉하노송이 어렵게 말길을 텄다.
“미안하지만 당신한테 몇 가지만 물어 볼란다.”
그미는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눈물만 훔쳤다.
“당신의 부탁으로 유 비서관이 박 회장을 만나 돈을 빌렸고, 지난 2007년 6월 경, 유 비서관이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청와대 경내서 직접 받아 당신한테 전했다 카는데, 이 말이 맞나?”
봉하부인의 굳게 닫힌 입은 열리지 않았다.
“대답을 좀 해보란 말이다.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유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경내서 당신이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그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 없이 눈물만 훔쳤다. 봉하노송은 언성을 더욱 높이며 발끈했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와 말이 없노? 대답을 해보란 말이다. 박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유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관저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봉하노송이 호통을 내질렀지만 그미의 함구는 여전했다.
“그래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청와대 경내서 받은 것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럼 몇 가지만 더 확인해 볼란다. 유 비서관 말로는 당신이 그 당시 미국에 있던 호걸이와 호연이의 유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큰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으려고 박 회장 한테 돈을 빌렸다카는데, 맞나?”
이번에도 그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도대체 와 말이 없노? 미국에 있던 애들 유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큰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으려고 박 회장한테 100만 달러를 빌린 게 맞는지 안 맞는지 말을 좀 해 보라는데!”
그미의 대답 없자 봉하노송은 흰자위가 드러나게 눈을 치떴다.
“그래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유 비서관 말이 죄다 맞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박 회장 한테 100만 달러를 빌리기 전 당신 한테 큰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누구였노?”
대답 없이 울고만 있는 그미의 흐느낌은 마치 봉하노송의 가슴을 찢어버리려는 통곡 같았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당신한테 큰 돈을 빌려 준 채권자가 누구였고, 그 채권자한테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돈을 빌렸는지? 그라고 박 회장 한테 100만 달러를 빌려서 그 채권자의 빚은 갚았는지? 갚았다면 어떤 방법으로 갚았는지 말을 좀 해봐라!”
역시 그미는 대답 없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울부짖음만 서럽게 이어갔다.
“이 문제도 한 번 짚어 볼란다. 박 회장의 돈을 와 원화가 아닌 미화로 빌렸노? 달러로 빌렸다면 당신한테 큰돈을 빌려 줬다는 그 채권자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고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얘긴데, 이 점에 대해서도 말을 좀 해봐라!”
이 질문에도 그미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묻자. 박 회장 한테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은 썼나? 돈을 빌릴 땐 차용증을 써야 되는 건 금전거래의 기본 아이가?”
여전히 그미는 대답 없이 흐느꼈다. 그미를 노려보던 봉하노송이 소파 앞에 놓여 있는 높이가 낮은 탁자의 위를 오른손으로 꽝 치면서 벌떡 일어섰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가? 애들 유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내 몰래 큰 빚을 졌고, 또 그 빚을 갚으려고 내 몰래 돈을 빌렸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가? 정치를 한다고 내가 돈을 못 벌고, 또 돈을 많이 까먹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미국으로 유학을 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한다고 우리 부부가 남의 돈에 손을 댈 수는 없는 일 아이가? 당신도 알다시피 내는 청와대에서 송장이 돼서 기어 나오지 않으려고 참 무던히 애를 썼다. 전직 대통령들처럼 청와대서 죽어서 나오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반칙과 특권을 없애려고 몸부림도 쳤다. 근데 이게 무슨 염치없는 소리노? 남은 돈을 묵었다고? 100만 달러가 적은 돈이가? 100만 달러가 어디 얼라들 껌값이가?…그래 박 회장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진술했다면 앞으로 당신과 내는 어찌 되겠노?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작년 연말 형님이 검은돈 문제로 구속되는 통에 내 신세가 참 처량하게 됐다. 만남의 광장에 나가 사저를 찾아 온 방문객들 앞에 설수도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당신이 박 회장한테 빌린 돈이 만약 검찰에서 검은돈이라는 판명이 나면 우리 부부는 어찌 되겠노?…작년 초여름부터 메이히로 정권의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고 있지만 내는 자신 있었다. 메이히로 정권이 일방적으로 벌여 놓은 이 싸움판에서 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해 왔다. 그만큼 당당했기 때문이고, 그 만큼 구린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근데 당신이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를 내 몰래 받아 묵었다니 앞으로 우린 우짜면 좋노? 앞으로 난 우째야…난 우째야 좋냔 말이다.…아아 어 어!…”
하늘이 무너진 듯 울부짖으며 포효하던 봉하노송이 갑자기 두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털썩 주저앉아 소파 상단에 목덜미를 걸친 그의 얼굴에 핏기가 없다.
“노송, 와 이라노?…노송, 노송, 정신 좀 차려 보그라, 노송!…”
바로 옆 소파에 앉아 있던 유정상이 벌떡 일어나 봉하노송의 얼굴을 살폈다. 봉하노송은 의식이 없다. 혼절한 모양이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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