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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환 신부와 전북

그가 한국을
택한 것은
“당시 대한민국이
기아에 허덕이던
아프리카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보인 탓” 이었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17일
ⓒ e-전라매일
전북을 지극히 사랑했던 지정환 신부님이 13일 영결미사를 마지막으로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향년 88세. 결코 짧지않은 80 평생을 가난한 자만을 위해 살다 떠난 지정한 신부님. 진정한 성인(聖人)의 삶을 살고 간 신부님의 명복을 빈다.
그는 스믈 일곱 꽃다운 나이였던 1958년 서품을 받자마자 곧바로 6·25 전쟁 여파로 절망의 땅이 돼버린 전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는 꼬박 60년 동안을 절망에 빠진 전북민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풍요로움을 안기는 일에 헌신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역만리 먼 땅에 와 고난을 자청한 그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 그가 한국을 택한 것은 “당시 대한민국이 기아에 허덕이던 아프리카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보인 탓” 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한다”던가.
오로지 하나님의 사랑과 박애주의적 감정으로만 꽉 차 있었던 그의 감정은 그의 한국행을 이끌었고, 일생을 한국의 전라북도에서 마치게 하는 운명적 계기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때문에 그의 전북 사랑은 남달랐다.
1961년 부안성당 주임신부 시절 30만 평의 갯벌을 간척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가난에서 벗어나라는 그의 염원을 담을 사랑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결말은 부자들 배만 채워주는 시행착오로 돌아왔다. 그는 받은 큰 실망과 충격은 말 할 수 없이 컸었을 터. 짝사랑의 부질없음을 뼈아프게 절감하면서, “다시는 그런 짓 하지않겠다”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64년 임실성당으로 자리를 옮기자 눈 앞에 펼쳐진 주민들의 비참한 삶은 부안에서의 분노를 까맣게 잊게 했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탓이다.
그는 임실에서 다시 희망을 심는다. 그게 오늘날 한국의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은 ‘임칠치즈’ 공장이다. 돈이 없어 치즈공장 설립이 어렵자 그는 고향 부모님께 간청해 2,000 달러를 지원받았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임실 주민들을 위한 무모한 투자였다.
이후 그는 공장이 안정되자 운영권을 모두 주민협동조합에 넘겨줬다.
그는 이 같은 결단을 노자의 “공수신퇴(功遂身退)” 정신에 비유한다. “공을 이뤘으면 물러나는 게 도리”라는 말이다. “필요로 하는 곳에 거하고 함께 역경을 극복하며 결과를 나누는 것을 삶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그의 평소 생각을 실천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누구보다 염원했던 한 성직자의 일생은 이처럼 주민들에게 나아갈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지정환 신부님은 1931년 12월 5일 벨기에의 수도 부뤼셀의 귀족 집안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디디에 에테르스테번스(Didier t’Serstevens).
부러울 것 없는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스믈 일곱이 되던 1958년 12월 5일 사제 서품을 받은 직후다. 전주 전동성당 보좌신부(1960년), 부안성당 주임신부(1961년), 임실성당 주임신부(1964년)을 지냈고, 1967년에 임실치즈 공장을 설립했다. 1970년 다발성 신경경화증에 걸려 3년간 고향 브뤼셀에서 요양하고 돌아와 전주 인후동에 장애인재활센터인 ‘무지개가족’을 설립·운영했다. 2004년 은퇴한 후에도 임실치즈공장 발전에 정성을 쏟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부는 2016년 2월 4일 그 공적을 인정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해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예우했다. 60년을 대한민국 전북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지난 4월 13일 88세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전주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지정환 신부님!
보잘 것 없는 훈장 정도가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만은 저희들의 정성으로 생각하시고 기꺼이 받아주소서.

/진철우 본지 주필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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