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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 문학산책] 하얀 꽃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26일
ⓒ e-전라매일
초록 물이 봄 천지의 꽃불을 끌 때쯤이면 흰 꽃들이 나올 차례다. 차밭 근처의 때죽나무 꽃들이 내 마음에 벌써 들어와서 종을 울린다. 때죽나무 꽃은 긴 꽃자루에 종처럼 옹기종기 매달려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나무 밑에 누워있는 나를 향해 웃곤 했다.
  남녘의 차밭으로 가던 날, 산언덕과 들판마다 피던 찔레꽃. 전쟁이 쓸고 간 저 귀 아픈 벌판에 그날의 포연(砲煙)처럼 젊은 피의 생명 밭에 자유롭게 핀 들장미라고 황금찬 시인은 노래했지.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찔레꽃은 하얗지 붉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붉게 핀다고 역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찔레꽃에는 가을의 빨간 열매를 품고 있으니까. 찻잎을 따는 내 손길이 잠시 쉴 때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찔레꽃 향기. 임의 뿌리에서 끌어 올린 향. 호수에 이는 잔물결처럼 가슴을 흔드는 꽃.
 “순박한, 별처럼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목 놓아 울었지.“ 
  나무는 모두 나무인데 같은 나무는 없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모두 다르다. 서로 잘 알 것 같지만 모른다. 동식물 모두 같은 생명을 지니고 있지만, 그 생명의 신비를 어찌 알 수 있는가. 모른다. 배고팠던 백성의 한이 쌓여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꽃으로 왔는가. 조팝나무는 조밥도 먹지 못했던 선인들을 생각나게 하고, 이팝나무는 입하 무렵에 핀다고 해서, 또는 ‘이밥에 고깃국’을 연상하게 한다지.
향긋한 아까시 나무는 어찌하여 까시를 달고 있는지. 때죽나무 꽃은 왜 땅만 내려다보고 종소리를 내는지. 산딸나무 꽃이 하늘을 향해서만 피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사람 안부를 하늘을 향해 묻는 이유를……. 무수히 내려앉은 사랑의 나비처럼 상여 꽃 같은 이유를.
흰 꽃 중에 산딸나무 꽃은 단연 백미가 아닌가. 나무 꼭대기에 하얗게 나비가 모여 앉은 모습이다. 나무가 하얀 너울을 쓴 것 같기도 하여 황홀하도록 거룩하고, 그 나무 밑에서는 저절로 고요해진다. 그래서 산딸나무꽃을 십자가 나무라고도 하는가. 기도하는 나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쓰인 나무가 산딸나무였다던가. 산딸나무가 예수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어 했다는 전설이 있단다. 그래서 승암산 자락의 순교자 성지 아래에 산딸나무를 심었을까. 산딸나무 아래에 서면 묵상에 잠긴다. 전쟁의 후유증이 평생의 십자가가 되었던 어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이 꼭 산딸나무 같았다.
그 모든 생명의 신비를. 아무것도 모른 채 나도 보랏빛 재스민이 바래 흰 꽃이 되듯이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가는가.
/조윤수

* 조윤수 작가 약력
수필가, 전주문협 부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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