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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 눈> 허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1일
ⓒ e-전라매일
빛과 그늘은 언제나 나란히, 그리고 함께 있다. 빛이 있는 곳에는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그늘을 볼 수 있다면 분명 빛도 거기에 있다. 빛이 비추는 방향으로 그늘을 볼 수 있고 그늘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빛을 찾아낼 수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늘은 더욱더 짙어진다. 밝은 빛이 되기를 원한다면 더욱더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빛이 있은들 사물이 없으면 그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있기 때문에 빛은 나의 그늘을 만드는 것이고 나의 그림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내가 존재하고 있는 동안 빛이 비추고 있다면 그늘이 만들어지는 일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그림자가 우리의 허물인 것이다. 그러니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잔 브라흐마(Ajahn Brahm) 스님이 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의 ‘벽돌 두 장’이라는 글에 보면 아잔은 수행승 시절 절간을 지을 인부를 구할 돈이 없어 그가 직접 벽돌을 쌓았다고 한다. 노동일을 해본 일이 없는 솜씨로 나름으로 열심히 벽돌을 잘 올렸다고 생각하고 한발 물러서서 쌓아 올린 벽돌을 보는 순간 두 장이 어긋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시멘트가 굳어 다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주지 스님은 다시 쌓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잔은 외부인들이 그가 쌓아 올린 벽 앞을 지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느 날, 방문객이 그 벽을 보고 매우 아름다운 벽이라고 칭찬하자 아잔은 놀라며 벽 전체를 망쳐 놓은 저 잘못된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방문객은 잘못 얹힌 두 장의 벽돌이 보이지만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 올려진 998개의 벽돌들이 돋보인다고 대답하였다. 아잔은 그동안 잘못된 두 장의 벽돌만 바라보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어떠한 사물이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 벽은 보기 흉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누구나 허물이 있다. 그것도 많은 허물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러나 드러난 이 허물보다 훨씬 더 많은 훌륭한 성품과 능력이 있다. 내게 허물이 있음을 알지만, 그 허물에 낙담하지 않으며 내가 더욱 아름다운 건축물로 완성되어가길 추구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는 것도 알아야겠다.

/김환생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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