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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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아파트 정문 앞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생겼다. 저녁 무렵 그 앞을 지나오는데 단내가 확 풍겨 왔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천 원에 2개다. 그렇게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주인의 말이다. 20년여 전만해도 10개에 천원이었던 것이 요즘은 물가상승이 가파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자 손가락에 앙꼬가 묻어 나왔다. 어렸을 적 어머니를 따라간 시골 장에서 풀빵을 사 먹던 기억이 흑백필름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붕어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기본적인 팥만 들어간 통팥 붕어빵은 옛날식이다. 요즘에는 고구마를 넣어 색깔이 나는 고구마 붕어빵이 있다. 그런가 하면 슈크림 붕어빵, 피자 붕어빵, 매운야채 붕어빵이 있다. 이런 붕어빵을 어떤 사람은 머리부터 먹고 어떤 사람은 꼬리부터 먹는다. 바삭하게 구워낸 붕어빵보다는 축 늘어지고 눅눅한 붕어빵이 제 맛이다. 겨울 시내버스정류장 옆에서 붕어빵 장수가 붕어빵을 굽는다. 붕어 모양으로 파인 검은 무쇠 빵틀에 기름솔로 살살 닦아 준 후 주전자에 담은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맛을 좌우하는 팥으로 만든 앙꼬를 조금씩 떼어 넣은 후 뚜껑을 덮는다. 한참 후에 뒤집는다. 이렇게 구워낸 빵이 붕어빵이다. 빵틀 아래에는 연탄불이 있다. 상당히 숙달된 솜씨가 아니면 꺼멓게 태우기도 한다. ㄱ자 갈고리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제대로 된 붕어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관건이다. 이처럼 붕어빵 하나를 굽는데도 자기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붕어빵은 1930년대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19세기 말 일본의 ‘다이야키鯛焼’라는 빵이 원조다. 그 빵은 도미 모양을 한 쇠로 만든 틀에 물에 녹인 밀가루를 넣고, 소를 사이에 넣어서 구운 과자로 붕어라기보다는 도미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붕어의 모양으로 바뀌게 되었다. 붕어빵은 단순히 군것질을 넘어 60년대를 대표하는 기호 식품이자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것은 세련미 대신 투박함이 우리의 정서를 건드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이나 재래식 시장 등 붕어빵이 팔리는 장소와 붕어빵이 구워지는 과정 또한 정서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모락모락 김을 내며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기는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바라보면 누구나 겨울이 왔음을 알아차린다. 사람들은 해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상징적인 풍경 앞에 푸근함과 친밀감을 느낀다. 이런 요소들이 바쁜 걸음을 멈추게 하여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 앞에 줄을 서게 하는 것이다. 붕어빵은 붕어빵틀에 찍어내기 때문에 빵 모양이 똑같이 생겼다. 사람들은 부모를 닮은 자식을 보고 ‘완전 붕어빵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붕어빵처럼 닮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린 날 아버지의 도장을 학습장에 수없이 찍어놓고 똑같은 모양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신발 가게의 검정고무신들이나 청과물시장의 채소, 과일들도 한결같이 같은 모양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꾸만 똑 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너도 나도 쌍까풀을 하고 턱을 깎는다. 머리를 노랗거나 빨갛게 염색을 하고 붕어빵 같은 웃음을 웃는다. 그 뿐이 아니다. 헬스장으로 달려가 다이어트를 하고 날씬한 몸매로 키높이 구두를 신고 커 보이려고 뒤꿈치를 들기도 한다. 이제 누가 누군지 구분 할 수 없게 되어간다. 개성이나 특징이 없는 인간들이 세상에 넘쳐난다. 붕어빵 같은 사람들 틈에서 지인을 찾기 위해서는 이마에 바코드를 새겨야 할 때가 오고 있다. 핸드폰 대신 인간 구별키를 가지고 다녀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 뿐이 아니다. ‘붕어빵 같은 아파트’에서 붕어빵 같은 사람들은 강이 그리운 붕어가 되어가고 있다. ‘붕어빵 같은 학교’에서 ‘붕어빵 같은 교육’을 받고 ‘붕어빵 같은 논문’을 써 내고 ‘붕어빵 같은 박사’들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붕어빵이라는 말은 ‘천편일률’의 다른 말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붕어빵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팥 붕어빵이 매콤한 만두소를 비롯하여 새콤달콤한 피자 소스, 색깔이 들어간 고구마,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까지 넣어 별의별 맛을 내고 있다. 겉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크기가 절반으로 줄여 ‘미니 붕어빵’이라고 명명하고 심지어는 대변 모양까지 만들어 내어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사람들의 입과 눈을 사로잡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있는 것이다. 이제 붕어빵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넘어 한 시대를 대변하고 우리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경제적인 이윤까지 창출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발전하였다. 오늘도 붕어빵은 겨울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손을 호호 불며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과 우리의 따뜻한 삶을 위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겨울철 호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주전부리는 단연 붕어빵이다. 빈대떡에는 빈대가 없고 곰탕에 곰이 들어있지 않다. 칼국수에 칼이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이다. 붕어빵을 먹으면서 강을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푸른 강에 당도하는 붕어가 될 것이다. 희망은 희망의 끈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의 것이다. 각자 다른 희망을 갖은 사람들이 많을 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이 겨울, 여기저기서 붕어빵을 들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붕어빵 틀에서 찍혀 나오는 붕어빵처럼 자신의 인생을 타인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개성과 특징이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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