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29 15:55:2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5:00
··
·15:00
··
·15:00
··
·15:00
··
·15:00
··
뉴스 > 칼럼

배 집사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08일
찬바람이 불어오고 창밖의 담쟁이 잎이 붉게 물들고 한 잎 두 잎 떨어질 무렵 배 집사님이 병원에 들어오셨다. 마른 체격에 키가 훤칠 하시고 65세이신데 위암이란다. 시골에서 닭을 키우며 성실하게 사시 다 병을 얻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한다. 가족은 동갑나기 아내 권사 님이 계시고 두 딸이 있는데 회사 다니는 큰딸이 있고 초등학교 선생 님인 둘째딸이 있다. 혼기가 지나고 있지만 둘 다 결혼은 하지 않았 다. 둘째에게 남자친구가 있어 저녁에 아버지 병실을 함께 꼭 들른다. 아내 권사님이 곁에서 병간호를 지극정성으로 하신다. 언제 보아도 웃으시는 얼굴로 소리 없이 간병을 하신다. 거친 음식을 먹을 수가 없 어 과일을 갈아드시게 한다든지 대소변 처리까지 완벽에 가까울 정 도로 세심하게 돌보신다. 배집사님이 병상생활을 하신지가 10년이 넘 는다 한다. 오랜 병상생활에 수술비, 치료비 등 지출에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딸들이 있어 든든하다 한다.
딸들이 직장을 마치고 저녁이면 치킨이며 간식 등 아버지가 드실만 한 음료수 등을 사들고 병실을 찾아온다. 조용했던 병실에 화기가 돌 고 사람이 사는 것 같다. 10시가 되면 가장인 배 집사님이 자녀를 집 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하루 마침 기도를 한다. 예비 사위까지 침상을 중심으로 다섯 명이 둘러 앉아 음성마저 변한 코맹맹이 소리로 기도 하는 정경이 눈물겹다. 잘 들리지 않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감사 기도 다.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 아내와 딸, 예비 사위가 있음에 감사, 주 안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 감사 기도다. 아버지 기도가 마쳐야 딸들은 아버지 얼굴에 볼을 부비고 집으로 돌아간다. 말기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데에도 팔 벌려 가족들을 끌어 안고 기 도하는 모습이 거룩하다. 배집사님과 그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 께 하시기를 빌어본다.
안타까운 것은 둘째딸의 결혼 날짜다. 지금 형편으로는 제대로 누 울 수도 앉아 있기도 힘이 드는데 아버지가 멀찍이 4월 5일을 결혼 날 로 잡았다 한다. 그리고 딸 결혼식에는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 1월 중순이니 2월 학년말 방학이 시작되는 날쯤 잡아두면 살아서 보실 터인데 하는 생각이 간 절했다. 권사님에게 늦어도 3월 초순을 넘겨서는 아니 된다고 말씀 을 드렸는데 남편의 마지막 결정사항이라시며 어찌할 수 없다 했다. 아닌게 아니라 아버지는 그리 보고 싶다던,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가겠다던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황사가 끼어 뿌연 3월 1일에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루셨는데 빈소에는 일가친척들 이 적었는지 조문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쓸쓸했다.
병원에 오셔 큰소리 한 번 내지 아니하고, 간호사나 보호사 선생님 들을 힘들게 하지 아니하고 조용히 계시다 가셨다. 더 가까이서 귀 를 기울여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아 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배집사님의 코맹맹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 다. 가장으로 식솔들을 모아 놓고 하늘에 고하는 축복기도 모습이 보 이는 듯 선하다. 권사님의 여생과 두 딸의 삶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 기를 빈다.

/김영진
시인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08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정읍, 지원금부터 상권 혁신까지 민생경제 선순환 이끈다  
곰소만의 깊은 맛, 줄포대박젓갈에서 만나다  
제4회 김제 자원순환 새로보미 축제 10월 30일 개막  
장수군 민선9기 출범 100일, 성과를 잇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대한민국 농업수도 과학으로 미래를 심다  
민생부터 첨단산업까지… 김제시, 국가예산 대응 총력  
익산 천만송이 국화가 새롭게 활짝 핍니다  
노을이 무대가 되고, 바다가 축제가 된다  
포토뉴스
전북문화관광재단, 베트남 관광시장 공략 본격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베트남 현지 여행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북 관광상품 개발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나섰다.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21편, 서울서 다시 만난다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화제작들이 오는 11월 서울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는 제27회 영 
전주문화재단, 한·중·일 전통종이 교류 ‘삼국지향’ 성료
전주문화재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종이 청년 장인들이 참여하는 국제교류 행사를 열고 전통 제지기술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 특별한 결혼식 무대로 변신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특별한 결혼식 공간으로 변신해 신랑과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했다.지난 24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실내 공연장에서는 가족과 친 
남원서 해금의 깊은 선율 만난다… ‘산조+더하기Ⅱ’ 공연
해금 특유의 애절한 선율과 전통 악기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국악 공연이 남원에서 펼쳐진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11월 7일 오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