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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만년 소녀

한평생 타고난 질병을 안고 살아왔으니 얼마나 외롭고 고통 스러웠을 것인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7월 08일
4인 병실에 만년 소녀가 살아가고 있다. 오십대 중반으로 침상에서 벗어나거나 앉지를 못하고 누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위암 말기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영양제와 수액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정신 은 비교적 맑으나 의사표현은 더듬거려 정확하지가 않다. 다행히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죽으면 천국에 간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과 먼저 간 오빠도 만날 수 있다며 나름 기 대를 가지고 있다.
그의 삶은 기구하다. 어릴 적 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 이상이 와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주로 오빠 네 집에서 병원을 왕래하며 살다가 한동안은 시설에서 지내다 지난 해 가을 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다 금년 봄 호스피스병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마음이 하얀 도화지와 같이 순수하고 깨끗하다. 반면 시기 심도 많고 욕심도 많다. 그러하기에 옆 병상의 할머니와 자주 싸우고 울기도 자주 한다. 조금은 돌려들어야 할 말도 곧이곧대로 들어 속 이 상한다며 큰소리치기도 하고 야단법석을 떨기도 한다. 그림그리기 를 좋아하고 성결구절을 메모하기도 좋아한다. 틈나는 대로 성경책 을 곁에 두고 읽는데 요즘은 만화로 된 성경책을 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오빠와 언니들이 주말에야 방문하기 때문에 살붙이들을 기다 린다. 작은 메모장에 오빠와 언니들이 내려온다는 날짜를 기록하여 두고 꼬박꼬박 기다리며 자랑을 한다.
병원에 간호대학교 4학년 실습생들이 다녀갔다. 실습생들과 종이접 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며 친숙하게 지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한평생 타고난 질병을 안고 살아왔으니 얼마나 외롭고 고통 스러웠을 것인가. 서운한 생각이 들면 잘 삐지고 시기와 질투가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다른 환자와 정답 게 이야기라도 하려고 하면 심술을 부리고 훼방을 놓기도 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천진난만하기도 하지만 얄밉기도 하다. 침상 옆 유리창에 10가지 소망을 적어놓고 매일 기도를 한다.

목사 사모님이 시키는 심부름을 잘하고 싶다
식구들과 싸우지 아니하고 잘 지내고 싶다
구운 가래떡을 먹고 싶다
목사님과 사모님, 총무님과 권사님을 자주 보았으면 좋겠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다
여행을 떠나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싶다
오빠와 올케언니 그리고 언니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쌍화차, 생강차, 대추차를 자주 마시고 싶다
건강을 위하여 걷기운동을 하고 싶다
맵지 않은 아구찜을 먹고 싶다

정리를 하여보면 그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목사님과 교회 식 구, 형제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싶은 것, 그리고 먹고 싶은 것들을 스스럼없이 먹고 싶다는 작은 소망들을 가지고 있다. 그가 건강을 챙겨 나가 가까운 분들과 소원대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한다.
하나님 아버지! 이 자매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주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자매님이 원치 않는 질병으로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매님 마음 가운데 찾아주셔 위로와 위안이 되게 하여 주소서. 자매님 입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습니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통증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견딜 수 없는 죽음의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앞이 캄캄합니다.
이 딸을 살려 주소서. 도와주소서. 몇 가지 소박한 소원을 적어두 고 간절히 기도하는 딸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부모님과 형제들과 일상의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성장했어야 하는데 자매님은 그리하지를 못했다. 유년시절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집에서 혼자 생활을 하였다. 인지도가 떨어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병원과 시설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일상적인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수학여행도 가고 함께 공유해 야할 일들과 추억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자매님는 그게 비어 공란이다. 검은 그림자는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데 자매님은 아는지 모르는지 어린 아이와 같이 투정만 부린다. 기분이 좋아지면 말이 많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심통을 부린다. 그래도 믿음의 신앙을 가지고 있어 천국을 꿈꾸곤 한다. 다음 세상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유복한 가정에 서 태어나 건강한 몸으로 친구들과 학교생활도 하고 직장생활도 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좋은 남편도 만나 자녀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면 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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