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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자전적 에세이> 교룡산성24. 박남수 새의 이미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02일
박남수(朴南秀) 시인은 1918년 평양에서 출생하여 숭인상업을 졸업한 후 도일(渡日)하여 일본 중앙대학 법학부에서 수학했다. 유학 시절에 「맥」 「조선중앙일보」 「시건설」 등을 통하여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9년 『문장』지에 투고하여 정지용 추천으로 「초롱불」 「밤길」 「주막」등 6편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장하였다.
1940년 추천시기에 쓴 작품 16편을 모아 첫 시집 『초롱불』을 일본 삼문사에서 출판하였고 1946년 평양에서 조선식산은행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해방 이후 상당기간까지 거의 발표를 중지하였던 그의 시작은 6.25 동란 발발 후 1951년 월남하여 피난지 부산에서 「주간문학예술」을 주재하면서 재개되었다. 이후 1955년 조지훈 유치환등과 더불어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사상계」의 상임편집위원으로 있던 1957년 ‘아세아 자유문학상’을 수상한 뒤 이를 계기로 월남 전후의 작품을 모아 실로 18년 만에 제2 시집 『갈매기 소묘』를 1958년에 출간하였다. 그후 시작 활동이 가장 왕성하였던 시기의 작품집인 제3 시집 『신의 쓰레기 』를 1964년에 1970년에 낸 한국시인집 시리즈의 하나로 제4 시집 『새의 암장』을 그리고 『새의 암장』 이후 도미(渡美) 직전까지의 시를 모은 제5 시집 『사슴의 冠』을 1981년에 각각 출판하였다.

혼자면 / 또한 / 가슴에 스미는 / 고독을 안고 / 벅찬 기류 속에 / 갈매기는 祝祭같은 어제를 / 생각한다. / 헤아리지 못할 / 어제가 / 즐거움 같고 / 즐거움이 / 어제 같은 / 오늘, 오늘은 / 없었다.
- 「갈매기 素描」6. 전문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새」3. 부분

내가 물어 오는 / 한 낱씩의 언어, 그것이 / 다만 물상의 옷이라면 / 얼비치어 저 쪽이 넘보이는, 그것은 / 존재의 이 쪽에서 느끼는 / 노스탈자의 집, 그것이 / 다만 물상의 집이라면 / 대문 안 쪽으로 사라진, 그것은 / 골목 밖에서 느끼는
짝사랑의 비탄
- 「언어」 부분

박남수 시의 출발점은 언어 형상으로서 시에 있어 언어에 대한 자각으로부터였다. 그리고 이런 언어에 대한 집착을 거쳐 『신의 쓰레기 』와 『새의 암장』에 이르러 보여 준 것은 언어에 대한 심화된 외경이었다. 이것은 『갈매기 소묘』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노스탤지어, 귀소본능의 표상으로서 ‘새’가 『새의 암장』에 이르러 ‘삼천 년의 계절’을 넘어 이승으로 오는 본질, 순수의 초월적 표상으로 전화(轉化)하는 것과 동일한 플라톤적 존재론의 심화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제 5 시집에 이르러 ‘화석’으로 ‘불립문자’로 은유되던 그의 순수한 ‘새’가 더 이상 존재론의 고양을 지탱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그의 플라톤적 이데아가 순수하면 할수록 초월적이면 더욱 그런 만큼 거기에 비례해 현실 현상에 대한 부적응 불신감이 커갔다는 점이다. 결국 이민(移民)의 갈등을 주로 읊은 제5시집 『사슴의 冠』에 와서는 ‘새’가 사라짐과 더불어 신선한 이미지도 시어를 선택하는 고심의 흔적도 사라지고 직정적 언어에 의해 토로된 이데아 부재의 현상만 남았다. ‘새’로 은유되던 실향(失鄕)의식이 결국 타향(他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셈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슴의 冠』이 박남수 시의 끝이라면 그것은 실패이거나 침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에서 박남수의 시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 할 수 있다. 40년을 통한 박남수 시의 수준과 의욕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의 끝이 침체이거나 실패였다는 개인적 역사의 배후에는 ‘식민-강요된 이념 전쟁-월남의 실향의식’이라는 한국사(韓國史) 전체의 문화사적 충격량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실함과 풍속이 반복하는 그 문화사적 충격량을 가늠하는데 소홀했다는 것이 본고가 남겨야 할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 김동수, ‘시적 이미지에 관한 고찰’ 석사 논문 중에서 일부, 1982년 11월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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