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산성42. 산문집 『누가 사랑을 아는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2월 10일
책머리에 오늘 따라 낙엽이 우수수 진다. 가을이 깊었나 보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도중에서 내려 나머지 길을 걸었다. 이것으로 아마 1988년도 저물어 가나 보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생애에서는 무진년(戊辰年)을 맞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분주히 오가고 있다. 나도 그네들처럼 바삐 보낸 한 해인 것 같다. 봄에는 학위를 받고 『일제 침략기 항일 민족시가 연구』란 저서를 냈으며, 4월에는 어머님 회갑을 맞고, 6월에는 또 시집을 발간하여 출판기념회를, 그리고 10월에는 이어 논문을 한 편 탈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은 이 모두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내가 주연(主演)이 되어 연기(演技)만 했을 뿐이니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보이지 않게 음으로 양으로 도와 준 많은 연출가와 조역들의 성원이 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시간이 나서 좀 쉬었다. 쉬다 보니 또 무엇인가 하고 싶어, 이리저리 지난 날의 스크랩을 뒤적이다가 몇 편의 글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빈약한 글들도 많았지민 그래도 떠꺼머리 20대에서부터 시작된 내 그리운 날들의 이력서들이기에 버리지 못해 엮어 본 게 이 한 권의 산문집이다. 40여 편을 6부로 나누었는데, 1부에서 4부까지는 그동안 여기저기에 발표했던 것이고, 5부는 KBS 남원방송국 ‘아침의 메아리’ 원고이며, 6부는 시와 소설 그리고 문학 일반에 관한 평론들이다. 이로써 먼 들녘에서 홀로 살아 왔던 내 젊은 날의 초상(肖像)이 일단 정리되는 셈이다. 나이도 이제 인생의 전반기를 지나 후반기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으니, 내 삶도 인제부터는 좀 더 성숙하고 여유 있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심정에서 미완성된 작품들을 서둘러 정리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수록된 글들이 문학적으로 격조 있고 세련된 문장들이 아님을 자인한다. 그러나 다만 적나라한 내 젊은 날의 분신들이었다는 애착 때문에 그대로 내놓고 보니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후일을 기약하며 오늘의 부족됨을 애써 위로하고자 한다. -1988년 가을에 김동수
우리 말 ‘사랑’이란 말이 맨 처음 등장한 것은 용비어천가 78장에 ‘뉘 아니 ㅅ·랑ㅎ·ᅀ·ᄛ·리(孰不思懷)‘와 그 뒤 세조 때 월인석보(11)에 ’思는 ㅅ·랑ㅎ·ㄹ씨라‘에서 온 순 우리 말인데, 오늘에 와서 이 말의 의미가 ’사랑(愛)‘으로 어의 전성되어 쓰이고 있다. 이로 보아 오늘날 세간에서 통용되고 있는 ’사랑하다‘의 어원이 ’생각하다(思)‘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사랑의 본 뜻은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먼저 헤아리고 생각하는 이타(利他) 정신이 앞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의 이루어지고 있는 사랑의 실태는 이타(利他)가 아니라 이기(利己)에서 비롯된 사랑의 경우들이 허다하다.
외로움의 강을 열어/ 물살 저어 오듯//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우리의 사랑을 누가 아는가
눈물에서 사랑은 자라// 순간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목// 우리의 눈길이/ 마주치는 그 곳에서/ 인생의 슬픔을 모르면/ 아무도 사랑을 모르리
가까운 듯 먼 강을 두고/ 그대와 나 아슬히 서 있고// 내사 허허로운 날엔/ 홀로 강가에서 시를 줍고// 그대 내 노래 듣는 날/ 강을 열어 내가 찾아감이로다
내가 그대요/ 그대가 곧 내가 되는// 이 아픈/ 삶의 깨달음// 누가 사랑을 아는가// 인생의 슬픔을 모르면/ 아무도 사랑을 모르리 - 김동수 산문집, 『누가 사랑을 아는가』 , 1988, 40~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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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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