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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만 피해 인정되나”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2심 판결에 시민단체 반발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9일
군산 교제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9일 광주고등법원 전주 원외재판부의 2심 판결을 규탄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공대위는 이날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제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몰이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사실상 ‘피해자는 죽어야만 피해를 인정받는다’는 메시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광주고법 전주 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는 이날 교제폭력 피해자인 피고인 A씨에게 1심과 유사한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공대위는 “2심 재판부가 절차적 측면에서 정신감정 유치 결정 등 나름의 노력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1심과 다르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재판부가 이번에도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공대위는 “사법부는 여전히 ‘합리적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방위권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지속적 폭력에 노출된 여성 생존자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2019년부터 약 5년간 지속적인 교제폭력을 겪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간 A씨는 31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기관은 대부분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과거에도 ‘우발적 범행’, ‘진지한 반성’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아 징역 1년에 그친 바 있다.

공대위는 “출소한 가해자가 또다시 피해자를 불러내 폭행했고, 이에 생존자가 방어를 위해 선택한 ‘방화’는 실질적으로 생존을 위한 자력구제였다”며 “국가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교제폭력을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로 여겨온 국가의 책임을 외면한 채, 생존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이번 판결은 명백히 부당하다”며 “사법부는 교제폭력 피해자의 절박한 선택을 처벌하기보다 그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끝으로 “이번 판결은 교제폭력 피해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든, 국가와 사법부가 끝내 외면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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