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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강이 온다(1)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23일

김숙
전)중등학교장

평일의 담담한 저녁이 오고 있었다. 느긋하게 귤 향기 나는 홍차를 우리려는 찰나, 카톡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각종 미디어 링크와 함께 “한강韓江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네요!”라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신경세포가 일순간 화들짝 곤두섰다. 링크된 뉴스를 클릭하는 손이 덜덜 떨리는 한편 “레알?”이라는 발칙한 반작용도 일었다.

소식은 레알, 리얼real이었다. 2024년 10월 10일, 마츠 말름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의 발표는 차분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됩니다. 그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평일의 담담한 저녁 시간은 폭풍이 몰아치기 전 고요함이었을지. 기사를 접한 시각이 저녁 여덟 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이 시각을 기점으로 세상 사람들은 한 명, 두 명 한강에 빠져 들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 키워드들은 위로와 감동, 해원과 광주, 호남, 아니 우리 대한민국 모두. 예술인 블랙리스트. 선물. 평화주의적 호남주의, 인본주의. 새로운 시대의 희망. 열풍, 진정한 세계로의 소통 등으로 각자의 감동을 표출하였다.

대한민국 작가 최초의 수상 쾌거다. 한강의 기적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수상이다. 한국 문학계의 쾌거, K 콘텐츠의 저력이다. 이게 뭔 일이여, 내가 탄 것처럼 행복하다. 맨부커상에서 노벨상까지. 모처럼 가을 음악회장을 다녀 나왔더니 100개 이상의 토크가 한강 소식으로 도배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운전대를 잡은 손과 가슴이 부들부들 떨려서 겨우 운전했다. 한강은 중흥동 나는 계림동이 고향으로 이웃사촌이라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아!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에 아버지의 옛집이 있었는데 나도 이웃사촌인 양 경사라고 숟가락 위에 숟가락을 얹었다.

한국 작가로 한강이 처음 받는 노벨상은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 수상이다. 지금까지 노벨상을 탄 아시아 작가는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 오에 겐자부로(1994), 중국의 모옌(2012)이 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모옌이 수상한 지 12년 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을 향한 타는 목마름이 있었다. 고은 시인, 소설가 황석영, 조정래 등이 물망에 올랐고 기다림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 정서의 소통과 번역 문제 등 어려움으로 번번이 좌절하였다. 한강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이는 데버라 스미스였다. 그녀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번역가로 진로를 정하고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고 한다. 번역 출판사는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의 거대한 승리”라고 했다.

소설가 한강은 1970년 전라남도,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로 이사하였다. 가족은 부모님과 오빠, 남동생, 전남편과 사이에 아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이라는 시가, 1994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제29회, 이상문학상(2005) 대상을 받은 이래 국내의 굵직한 문학상 수상을 했다. 《채식주의자》(2016)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탔다. 《소년이 온다》(2017)는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채식주의자》(2018)는 맨부커에 이어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소설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세평은 전한다.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배경의 《소년이 온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다뤘다는 《희랍어 시간》 더럽혀지지 않은 어떤 원형의 모음 같은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대표작 목록에 올랐다. 54세의 작가는 60세가 되는 앞으로 6년 동안 3권의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니 그 창작의 열망과 에너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밤이 깊어도 사람들의 축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단체 대화방 여기저기서 대표 작품을 주문한다. 책이 동이 났단다. 예약주문을 넣어라 등의 메시지가 술렁였다. 내친김에 책장 속에서 한강의 책을 찾아보았다. 〈몽고반점〉과 〈아기 부처〉가 실린 제2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내가 좋아했던 《흰》, 읽기 힘들어서 보류했던 《채식주의자》, 고통을 함께 나눌 연대감의 《소년이 온다》, 올봄에 심도 있게 읽었던 《작별하지 않는다》가 오롯했다. 네댓 권의 책만으로도 참 든든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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