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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크라테스에 대한 단상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1월 23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성인군자(聖人君子)는 성인과 군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성인과 군자 둘 다 이상적인 인간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둘을 합쳤으니 완전무결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군자와 성인은 유교에서 제시한 인격상으로, 군자는 현실적인 인간상을, 성인은 절대적 인격을 대표한다. 군자는 처음에는 성인에 비해 낮은 데서 출발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성인과 만나게 된다. 유교는 성인이란 절대적 인격을 통해 유교의 이상을 정립했고 군자라는 현실적인 인간상을 제시했다. 이후 군자란 인격은 유교 인간상의 전형이 되었다. 그리고 이 두 인격을 아울러서 성인군자라고 한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를 세계 4대 성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소크라테스를 빼고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넣는 경우도 있다. 일단 소크라테스가 들어가는 것이 가장 대중적이지만, 영향력으로 봤을 때 무함마드가 소크라테스보다 더 크고, 무엇보다도 앞의 3명과 마찬가지로 한 종교의 창시자에 가깝기 때문에 자료에 따라서는 무함마드가 들어가기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소크라테스를 정설로 본다. 소크라테스는 비록 종교를 창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기점으로 서양철학의 중심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그로써 2600년 서양철학사의 중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관념론이 사실상의 기원이 되었다. 따라서 그 영향력에서 결코 크게 뒤처지지 않는 편이다. 즉 종교계에서의 예수와 석가모니의 위치를 철학계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석공이던 아버지와 산파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기원전 469년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기원전 399년까지 살았다. 그는 펠로폰네포스 전쟁이 터졌을 무렵 병역 의무를 수행했고 델리온과 암피폴리스 전투에서 싸웠다. 기원전 406년에는 평의원 의장직을 맡아 정치활동을 하기도 하였으나 오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생전에 단 한 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았다. 오직 아리스토파네스, 크세노폰, 플라톤 같은 당대 인물들이 소크라테스에 대해 남긴 기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거기다가 이런 소크라테스와 알고 지내던 당대 인물들조차도 ‘소크라테스의 견해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각기 생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이기에, 2천 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 와서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평상시엔 신발 따위는 신지 않고 맨발에 옷도 대충 걸치고 거리를 누볐다. 물론 아주 특별한 날, 그러니까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엔 소크라테스도 이런 일상 패션이 아닌 다른 스타일을 했을 것이다. 그는 아테네 거리를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에게 ‘무지(無知)의 지(知)’를 설명하고, 저녁 한 끼를 대접받는 청빈한 삶을 살다가, 아테네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71세의 나이로 독배를 마시고 사형을 당했다.
 
일생을 철학의 제 문제에 관한 토론으로 일관한 서양철학에서 첫 번째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소크라테스. 많은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인류의 스승으로 생각했다. 소크라테스는 나름대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철학이 진정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위해서 목숨까지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한 철학자라고 해도 신이 아닌 이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에게도 흠은 있었다. 그 다름대로의 독단과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은 지나치게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그의 사상이 계승 발전되면서 더욱 이런 경향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아고라의 철학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철학자들이 비웃자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지만, 너희들은 너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자들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소크라테스의 답변이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인간의 훌륭한 지식이나 지혜도 우주적인 차원에서 보면 한낱 미미한 것일 수 있다. 특히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지혜를 초월한 절대 지혜와 오묘한 섭리는 오직 하나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더라도 소크라테스 자신도 알지 못하면서 그 진리를 알 때까지 계속 물어보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더구나 그 진리를 모르는 소크라테스가 누구보다도 현명하다고 했다. 그는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은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은 처음부터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현명하다”라고 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결국 이 말에 아테네 사람들은 발끈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은 경건하고 윤리적이며 보편성과 객관성을 열망하는 면모가 강했다. 그는 신비적, 감성적, 권위적이기보다는 이성적, 비판적, 반성적인 자세와 토대를 추구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러한 태도를 남에게 설교하기보다 자기 자신이 우선 체화하고자 노력했고,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오늘날 말하는 메타인지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 개인의 성격은 소탈하고 친절했으며, 대화에는 해학이 있었으므로, 그의 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알키비아데스, 플라톤 등 명문가 젊은이들까지 매료되어 그를 추종하기도 하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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