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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 청년들에게는 차디찬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잔인한 달’이 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북 청년 실업률은 10.5%로 전국 평균(6.8%)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지역이 전북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지역 고용정책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며, 결국 젊은 인재들이 삶의 기반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게 되는 악순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북을 떠난 40세 미만 청년은 무려 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만 해도 2,676명이 유출되며 기존 분기 평균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이탈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의 생산 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소멸되고 있다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특히 청년층의 유출은 지방대학의 공동화와 지역산업 생태계의 붕괴로 직결된다. ‘사람이 떠난 지역’에는 기업도, 혁신도, 미래도 없다.
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전북 지역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 현황만 봐도 그렇다. 2025년 1분기 전북 내 10개 공공기관 중 절반은 단 한 명의 청년도 채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공공기관 청년 채용 비율을 3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일부 기관은 경력직이나 전문직 중심 채용을 고수하며, 신입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문을 닫아걸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단순한 일자리 공급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들이 머무를 수 있는 정주 환경과 삶의 질 향상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북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와 풍부한 자연·문화 자원을 갖춘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강점을 살려 디지털 기반의 원격근무 인프라를 구축하고, 청년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리모트 워크 허브’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단기적인 고용 정책을 넘어, 지역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은 청년 채용을 단순한 수치 맞추기용 정책이 아니라, 지역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청년 채용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실효성 있게 실행하기 위해선 채용 과정의 구조적 개선과 함께 지역인재 채용 확대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북의 청년들이 더 이상 ‘경력을 쌓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지역에 남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공과 민간,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청년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고용, 주거, 창업, 문화 등 삶의 전반에서 매력을 갖춘 지역만이 청년을 붙잡을 수 있고, 그것이 곧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전북은 지금, 단순한 실업률 상승 이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은 결국 모두가 떠나게 된다. 지금이 바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