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정상적 경제정책으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당분간 경기후퇴는 피할 수 없게 되었 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 성장잠재력의 손상이다. 이는 혁신 의 후퇴에서 온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되어 2기로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현상의 원인은 양극화다. 양극화는 소외세력을 키워 정치적 변동을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혁명 직후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불안과 유사하다. 현대 판 양극화의 뿌리는 세계화와 혁신이다.
세계화와 혁신은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양극화를 낳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저소 득층의 지위가 향상되고 평등한 사회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장기적 번영만을 바라 보며 단기적으로 어느 계층이 희생되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세계화와 혁신은 속도조절을 해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나 제동이 걸리게 된다.
트럼프의 정치와 정책으로 타격 받은 것은 세계화와 혁신이다. 트럼프 정치가 이민을 막고 이민자를 노 골적으로 억압하기 때문에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은 금방 눈에 보인다. 뿐만 아니라 관세를 높이고 보호무역 으로 가기 때문에 경제적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도 쉽게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의 정책이 혁신에 역행하는 것은 금방 보이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 기업가가 트럼프를 지지하며 정부효율화를 실행한다고 소동을 벌이기 때문에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왜 트럼프 정책이 혁신에 역행한다 하는가. 흔히들 트럼프가 친기업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자들 편 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좌파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정치를 독과점정치라 공격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트럼프로 인해서 가장 큰 손해본 사람들은 부자들이다.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크게 가격이 떨어진 것은 세계 제일의 부자들이 창업한 테크기업들의 주식이다. 대표적 으로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의 부자들도 손해봤지만 미래의 부자들은 더 손해봤다. 벤처창업자들이 그들이다. 트럼프가 야기한 시장의 불확실성 탓으로 웬만한 벤처기업의 상장(IPO)은 당분간 힘들게 되었다. 한 세대의 벤처기업가들이 고생길에 접어 들었다.
트럼프가 자랑하는 부자되기 비법은 합리적 위험부담을 근간으로 하는 벤처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본다. 그가 펼치는 경제정책에서 보이는 행위준칙은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창 출된 부를 남으로 뺐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가 생각하는 협상의 비법은 상대방을 속이고 윽박질러서라도 이득을 얻어내는데 있다.
그의 세계에는 서로 이득이 되는 결과를 추구하는 윈-윈의 협상은 없다. 상대방의 죽음이 나의 생존이 되는 전쟁터에 어울리는 사고방식이다. 공공정책 결정자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사고 의 틀은 아니다.
트럼프는 반지성적이다. 대학의 독립성을 흔들며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트럼프는 반과학적이다. 기후환경변화에 대한 국제적대응을 포함하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 논의를 거부한다. 경제정책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경험적으로 검증된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황당한 이론에 근거한 경제정책을 편다. 그의 관세정책이 대표적이다. 국제교역의 이점을 무시하고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지난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서 무엇을 보았으며 무엇을 기대 했을까. 트럼프는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다. 아니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이익을 위해서는 오늘 이말하고 내 일 저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그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켜주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게임에는 상대방이 있다. 일방적 이익추구에는 역풍이 불기 마련이다. 그가 일으킨 소용돌이는 일방의 승리로 끝나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다자의 패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의 엉뚱한 정책들의 결과가 파국이 되어 돌아올 때 그에게 투표했던 사람들도 그에 대한 지지를 거 둬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들도 물러나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비합리적 정책으로 야기된 상황은 모두에게 파국인가. 그렇지는 않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불확실한 안개 속을 뚫고 나가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적 기업가는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시장이 필요로 하 는 것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 공급한다. 혁신적인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 한 국가가 나가야 할 방 향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여 미래를 만든다.
트럼프의 정책은 혁신을 후퇴시키고 혼돈을 야기하고 있다. 이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동될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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