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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자전적 에세이>교룡산성58. 할머니의 염불소리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3일
교룡산성58. 할머니의 염불소리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어려서부터 나는 증조할머니 무릎 위에서 이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랐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리인지, 또 그에 대한 그 어떤 궁금증도 갖지 않은 채 한 세월을 살다 이 나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다 요즈음에 와서야 그간 건성으로만 스쳐 지나가던 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소리가 그 어린 날 고향 뒷동산의 솔바람 소리처럼 그리울 때가 있다.
나는 전북 남원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앞으로는 멀리 지리산의 웅장한 능선과 그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병풍처럼 펼쳐 있는 산자수명한 이언(주생면 상동리)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이었다.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다 보면 불도 켜져 있지 않는 캄캄한 방 안 어디에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소리가 자장가처럼 때로는 무슨 무당의 주문처럼 나지막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새 일어나신 지 모를 우리 상할머니(증조할머니)께서 새벽이면 언제나 일어나 읊조리시던 염불 소리였다.

온 식구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방 한 구석에서 오늘도 식솔들의 무사 안녕과 집안에 드리운 액운을 온몸으로 밀어내기라도 하듯 할머니는 이 염불 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평생 염송하시며 살다 가셨다. 찾아온 이웃들에게 밥 한술을 나누어 줄 때에도, 어린 손녀들이 캐온 쑥과 나물을 다듬으실 때에도, 또 집을 나간 아버지가 며칠 째 돌아오지 않으실 때에도 할머니의 이 중얼거림은 멈추지를 않으셨다. 그땐 그게 무슨 소리인지 그리고 왜 저 소리를 그렇게 열심히 중얼거리고 계신지를 알지 못했다. 그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라고 까마득히 잊고 한 생을 바삐 살다 잊고 지냈는데, 이 나이가 된 이제 와서야 할머니의 그 중얼거림 소리가 살그머니 생각이 나 그립기도 하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 할머니를 ‘해대(택호)할머니’라고 불렀다.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셨고 친절하셔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이 다 우리 할머니를 좋아 하셨다. 그땐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이 모두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밥 먹듯 염송하던 그 염불의 불심과도 관련이 있는 불자로서의 돈독한 신심에서 발원된 할머니의 경건한 불심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관음보살’이라고도 하는데,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피고 관음(觀音)하여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신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고통에 허덕이던 중생이 괴로울 때 ‘관음보살’을 간절하게 부르기만 하면, 성난 파도가 잠잠해지는가 하면, 높은 산에서 떨어져도 공중에서 멈추게 되고, 처형을 당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들의 칼과 몽둥이가 부서져 화를 면하게 되는 등, 이렇게 ‘관음보살’은 갖가지 재앙으로부터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라고 ≪법화경 法華經≫은 전한다. 종래의 불교신앙이 자력적(自力的) 특성을 지녔음에 비해 이 관음신앙은 다분히 타력적(他力的) 요소가 짙다. 오히려 이 점이, 누구나 시행하기가 쉬워, 대중들에게 호응 받을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년 전의 일이다. 종종 다니던 산길을 그날도 구경삼아 차를 타고 가다가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가다가, 그것도 잠시-, 그런데 그날따라 전에 없던 웬 경고표지판이 그 길 앞에 세워져 있어 급정거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그만 엑세레이터를 잘못 밟아 차가 계곡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이제 갔구나? 하는 순간인데도 정신을 차려 가까스로 문을 박차고 나와 보니, 차가 계곡 냇가 바닥에 떨어져 네 바퀴를 하늘로 향해 찌그러진 채 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몸이 멀쩡하다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날 아침 불교 관련 서적을 읽다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세 번만 염송하게 되면, 그것도 큰 소리로, 부처의 가피를 입게 된다는 구절을 읽고, 그 방법이 하도 간편하여 출근길 차속에서 혼자 소리 내어 크게 세 번 염송하여 보았을 뿐인데.....,

차를 견인하러온 기사가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이 일에 종사한 지 20년이 지났건만 차가 계곡으로 떨어져 저렇게 폐차할 정도가 되었는데도..., 더구나 안전벨트도 매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털끝 하나 다치지 않다니? 하고 감탄하면서 연신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일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어디 우연한 일이겠는가?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참 단순한 사람이라고 말 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난 결코 그게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결코 수주대토(守株待兎)하던 송나라의 농부가 아니라고 되뇌이면서, 지난 날 나의 할머니처럼 나도 요즘 들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되 뇌이곤 한다. (2010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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