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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없는 통합, 명분 없는 흡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9일
이경애 완주군의회 의원

지난 6월 25일, 완주군의회는 도지사의 방문을 앞두고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명하며, 의원 전원이 삭발을 감행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적 퍼포먼스가 아니라, 지역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저항의 표현이자 완주군민의 뜻을 대변하는 상징적 결의였다.
일각에서는 삭발을 가볍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삭발은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삭발은 단절과 결단, 항거의 상징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삭발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신체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기에 훼손조차 꺼리는 유교적 문화 속에서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른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완주군의회의 삭발은 지역의 존립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행위이며, 일방적 통합 시도에 대한 단호한 거부다.
완주·전주 통합은 처음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충분한 설명도, 객관적인 이득도, 군민들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완주는 오랜 세월 동안 독자적인 행정체계와 자치 역량을 쌓아왔고, 스스로 발전의 길을 개척해온 지역이다.
이러한 완주를 마치 ‘전주의 행정구역’처럼 취급하는 접근은 군민의 자존을 무시한 오만한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즉 주민의 동의와 참여는 철저히 배제됐다.
통합으로 인해 완주군이 무엇을 얻게 되는가에 대한 실질적 설명은 없고, 오히려 정치적 수단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는 상생이 아니라 흡수 통합이며, 이는 곧 완주군의 소멸을 뜻한다.
필자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 동네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 초심으로 돌아갈 때, 현재의 통합 추진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을 위해 애써온 시간과 노력이 단숨에 무시당하고, 군민의 삶과 터전이 하나의 ‘행정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통폐합되는 상황을 우리는 두고 볼 수 없다.
특히 필자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이번 삭발 결정을 더욱 깊은 고민 끝에 내렸다. 많은 이들이 ‘여성이라면 하지 않아도 된다’며 만류했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진정한 주민 대표자의 자세가 아니다.
필자 역시 완주군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으로서, 군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삭발은 외모나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책임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문제였다. 여성으로서의 두려움보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컸기에 삭발을 선택했으며, 지금도 그 결단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결단은 군민을 향한 진심이며, 통합 반대를 관철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군민 중 일부는 통합에 찬성할 수도 있다. 그들 역시 소중한 군민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할 이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분열’이 아니라, ‘무관심 속의 흡수’다.
지금의 통합 추진은 공론화 과정이 부재하고, 협의보다는 밀실에서 조율되고 있으며, 실익보다 정치적 셈법이 앞서 있다.
따라서 우리 완주군의회는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자치와 지방분권은 주민의 의사와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힘의 논리로 지역을 병합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삭발은 그 시작일 뿐이다. 정치인으로서, 군민의 대표로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다.
완주군민의 뜻은 분명하다. 설명 없는 통합, 공감 없는 추진, 명분 없는 결정에는 단호히 ‘아니오’라는 외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군민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반대와 찬성의 벽을 넘어 지역의 진정한 화합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 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통합 추진 방식으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완주는 더 이상 전주의 주변이 아니다. 완주는 독립된 자치 지역이며, 완주군민은 당당한 주권자다. 그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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