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7월, 푸른 속삭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6월 30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6월이 가고 7월이 열렸다. 벌써 1년의 절반이 지났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은 언제나 앞만 향해 간다. 어떤 날은 빨리 지나가고, 어떤 날은 지루하게 머물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시계의 초침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는 7일은 24절기 중 11번째 절기인 소서(小暑)다. 소서는 ‘작은 더위’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더위가 점점 심해지는 시기, 우리는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7월은 햇빛과 장맛비가 번갈아 나타난다. 아침에는 장대 같은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개인다. 마치 하늘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하루에도 몇 번씩 표정이 바뀐다. 7월은 숲이 숨을 길게 쉬는 달이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햇살을 품에 안고 바람의 속삭임을 귀 기울여 듣는다. 잎사귀의 녹음이 짙어질수록 세상은 더욱 조용하고, 그 고요 속에 살아 있는 생명들의 작은 떨림이 더 선명히 들려온다. 숲은 이제 완연한 성숙의 시절을 맞이했다.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달이다. 이육사의 목소리는 푸른 포도송이처럼 우리 곁에 매달려 있다. 새콤한 맛이 혀끝을 간질이고 달콤한 여운이 목울대를 타고 흐른다. 7월은 온 세상이 푸르다. 우리의 마음조차 푸르게 물드는 듯하다. 여린 풀빛부터 진한 침엽수의 초록까지, 수백까지 푸름이 겹겹이 쌓여 숲의 결을 만든다. 그 푸름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천천히 되찾는다. 숲은 말이 없다. 그 침묵 안에는 계절이 들려주는 깊은 이야기가 흐른다. 7월의 숲은 마치 오래된 책장처럼 두꺼운 향기와 빛으로 채워져 있다. 숲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먼지 쌓인 기억들도 함께 흔들려 일어난다. 나는 숲길을 걸으며 그런 감정들조차 조용히 감싸 안는다.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나뭇잎 사이로 새들의 노래가 쏟아진다. 마치 초록의 물결을 축하하는 합창처럼, 나무들은 바람에 맞춰 흔들린다. 억지로 저항하지도, 미련하게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몸을 맡기며 언제나 제자리에서 조용히 춤을 춘다. 나는 푸른 숲길이 좋다. 말없이 내 발걸음을 감싸 안은 숲길이 좋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천천히 들어오는 햇살이 있어 참 좋다. 숲길을 걸으며 온갖 잡풀과 칡덩굴과 여러 나무들이 내 몸을 스치며 말을 걸어온다. 나는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그들이 건네주는 무언의 손짓에 화답한다. 푸름은 희망이다. 푸른색은 차가움을 가졌지만 그 차가움은 사람을 외롭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맑게 깊은숨을 들이쉬게 한다. 푸른색은 기다림이다. 하늘의 푸름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동자이다. 바다의 푸름은 그리움을 담고 있다. 새벽의 푸름은 새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색채 심리학에서 푸른색은 침착함, 평화, 신뢰, 고요함을 상징한다. 여름은 땀의 계절이다. 가만 있어도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맺힌다. 옷은 축축이 달라붙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헉헉거린다.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지치기 쉽고 열사병과 탈수 같은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하지만 오곡백과는 더위가 있어야 여문다. 뙤약볕 아래 이파리는 시들고 흙은 메말라 갈라져도 그 속에서 곡식은 더욱 단단해지고 알차게 속을 채워간다. 이 위대한 여름이 있기에 가을은 비로소 결실을 거둔다. 7월의 땡볕 속에서 자신만의 낭만을 만들어가자.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새로운 삶의 페이지를 채워보자. 7월의 푸른 속삭임이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06월 3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