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양봉농가가 꿀벌응애 방제에 고심하는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약제 사용이 오히려 방제 실패와 꿀벌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연 약제 우선 원칙과 화학 약제의 교차 사용 등 방제 지침을 철저히 따를 것을 당부했다.
농촌진흥청은 8일 꿀벌응애 방제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이 꿀벌 폐사와 약제 저항성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며, 양봉농가에 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제만을 사용할 것과, 약제에 의존하기보다 기본적인 사양 관리로 응애 밀도를 조절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전국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꿀벌응애 약제 사용 실태와 저항성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표적인 화학 약제인 플루발리네이트에 대해 응애의 저항성 비율이 97.7%에 이르러, 해당 성분의 방제 효과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아미트라즈 성분에 대한 저항성 확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양봉농가는 약제를 직접 구매하거나 정부 지원을 통해 확보하거나, 일부는 자가 제조 방식으로 방제제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정부가 플루발리네이트 성분 약제 지원을 중단한 이후, 2024년에는 해당 약제의 사용 비율이 47%에서 10.9%로 급감했다.
이에 일부 농가에서 불법 수입 약제나 자의적으로 조제한 약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꿀벌 먹이에 약제를 섞어 주는 등 잘못된 방식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꿀벌응애 방제 실패뿐 아니라 꿀벌 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약제 사용은 응애의 약제 저항성만 키워 결국 방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천연 약제를 우선 사용하고, 화학 약제는 제한적으로 교차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양봉업계는 꿀벌응애가 양봉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실질적 리스크로 떠오른 만큼, 단기적 효과에만 기대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방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촌진흥청 양봉과 한상미 과장은 “응애 방제의 핵심은 약제를 무작정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약품을 정확히, 그리고 다양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며 “응애 저항성 관리와 꿀벌 피해 예방을 위해 현장 교육, 사양 관리 기술 보급 등 다각적인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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