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전북 청년몰, 보여주기 행정이 낳은 실패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6일
전북의 청년몰이 무너지고 있다. 청년 창업의 상징이자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던 사업이 이제는 전국 최악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군산과 전주 청년몰은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각각 79%, 76% 급감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전북이 전국 청년몰의 실패를 대표하게 된 셈이다. 전북 청년몰은 한때 벤치마킹 1순위로 꼽혔다. 창의적 아이템과 지역 특색을 결합한 청년들의 실험장이었고, 낡은 시장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은 상징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매출 급감과 폐업, 공실률 급증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북 지역 청년몰의 공실률은 이미 30%를 넘겼다. 일부는 입점 점포가 한 곳도 없는 ‘유령몰’로 전락했다. 전국적으로도 43곳 중 8곳이 문을 닫았고, 운영 중인 곳 중 절반 이상이 적자에 허덕인다. 청년몰의 몰락은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현장과 동떨어진 중앙정부의 탁상행정, 그리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지자체의 무책임이 낳은 구조적 실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 결과도 이를 증명한다. 2024년 ‘F등급’을 받은 청년몰이 4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고, 전체 33곳 중 25곳이 D등급 이하로 평가됐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절반 이상이 생존 한계에 몰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위기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에서 허성무 의원이 지적했듯, 정부의 청년몰 사업계획은 2024년과 2025년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현장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계획은 복사·붙여넣기에 머물렀다. 2026년 예산 역시 지난해와 동일한 20억 원이다. 이렇게 안일한 행정으로는 청년몰을 살릴 수도, 청년의 희망을 지킬 수도 없다. 전북도와 전주시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수없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정작 청년이 머물 공간은 사라지고 있다. 청년몰이 문을 닫고, 지역 청년 창업자는 빚만 떠안은 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청년몰의 공실률이 곧 전북 청년정책의 성적표라는 사실을 도정과 시군은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한 지원금이나 이벤트성 사업으로는 안 된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청년몰을 ‘창업 지원의 장’이 아니라 ‘지역 상권 재생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전통시장, 상인회, 지자체, 로컬기업이 협력해 지역단위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년몰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청년 상인의 자립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창업 후 몇 달짜리 컨설팅으로는 의미가 없다. 상품 개발, 온라인 판매, 브랜드 전략, 마케팅 등 전 과정에 걸친 장기 멘토링이 절실하다. 청년몰은 ‘임대료 보조 사업’이 아니라, 청년이 시장 속에서 살아남는 힘을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는 청년몰 실태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폐점 위기에 놓인 점포를 그냥 두지 말고, 남은 상인과의 협의체를 꾸려 운영 방식을 다시 짜야 한다. 필요하다면 통합형 청년몰, 온라인몰 연계 등 새로운 모델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을 모르는 행정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전북의 청년몰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다. 지역이 청년에게 내미는 첫 번째 손이다. 그 손이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청년몰이 무너지는 현장은 전북의 청년정책 전체의 축소판이다. 보여주기식 행사와 임시방편 지원으로는 더 이상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 행정의 안일함이 청년의 좌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전북은 청년 없는 도시로 남게 될 것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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