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원 선거구 재획정 ‘투표가치 평등’과 지역균형을 함께 살려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8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의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헌법재판소가 시·도의원 지역구 인구편차 허용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도의회 선거구 획정이 ‘투표가치의 평등’ 원칙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장수군의 경우 인구가 2만1,756명으로 전북도 선거구 평균인 4만9,765명의 50%에도 미치지 못해, 농촌의 한 표가 도심보다 가볍게 취급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헌재는 “인구가 아무리 적더라도 인구편차 허용기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인구비례 원칙에 따른 투표가치 평등의 헌법적 요청에 반한다”고 명시했다. 지역대표성을 고려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인구편차 기준을 외면한 선거구 획정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헌재는 전북도의회 선거구 전반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2월 19일까지 인구편차 3대1 기준을 충족하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인구기준의 일률적 적용이 현실의 농촌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의 다수 군 단위 지역은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선거구 평균인구를 맞추기 어렵다. 단순히 인구비례만으로 의석수를 조정하면 농촌의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되고, 지방자치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의원 정수가 줄어드는 순간, 그 지역의 목소리는 국정과 도정의 현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결국 지역소멸의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투표가치의 평등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지역균형발전의 대원칙이 훼손되는 모순을 낳게 되는 셈이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농어촌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단순한 인구 수치만으로 선거구를 나누면 지역 실정을 반영할 수 없다. 생 헌재가 강조한 투표가치의 평등은 결코 인구 숫자만으로 정의되는 개념이 아니다. 현실의 조건을 무시한 평등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 장수군처럼 인구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별도의 보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치구·시·군마다 최소 의석을 보장하거나, 인구 외에도 면적·지형·생활권·행정단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복합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단지 한 지역의 예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방소멸 시대에 ‘지방자치의 최소단위’를 지키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국회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편차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지역대표성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 입법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수학적 기준이 아닌,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종합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인구감소 지역의 대표성 보완을 위해 인접 시군과 광역선거구로 묶되, 그 안에서 농어촌 대표를 별도로 보장하는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이 방식은 인구 기준의 형평을 확보하면서도, 농촌 지역이 대표를 잃지 않도록 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의원 정수를 줄이는 대신 ‘광역 연합형 대표제’를 도입해 지역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은 단지 선거구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표의 가치’와 ‘지역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투표가치의 평등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지만, 지역 간 형평과 균형발전은 그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전북은 이제 투표의 평등과 지역의 평등,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살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농촌이 소외되지 않고, 도민 모두가 정치의 주체로 참여하는 진정한 자치의 길이 열릴 것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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