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빅딜, 합의는 스몰딜, 한미 정상회담
3500억 달러 선투자 요구 vs 단계 집행”… 한미, 핵심 숫자 안보동맹→공급망·조선·투자·평화로 확장 30일 합의문 발표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29일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史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었다.
천년 고도 경주의 국립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 레드카펫과 전통 취타대, 왕관과 최상급 훈장.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최고 국가훈장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관 모형을 손에 들고 “당장 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피스메이커가 되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는 “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서 가장 중요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세 협상은 끝내 ‘결론’까지 가지 못했다. 회담장은 뜨거웠지만, 합의문에 들어갈 숫자는 마지막까지 채워지지 못한 채 밤으로 넘어갔다.
이날 회담의 핵심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어떻게 집행하느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의 투자는 선불(up-front)이어야 한다”며 조기 집행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미국 내 공장 설립, 고용 창출, 공급망 복귀를 빠르게 가시화하라는 요구다.
반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단계 집행, 포트폴리오 방식을 주장한다. 전액 현금이 아니라 ▲공장 건설 ▲M&A ▲투자 보증 등이 섞인 구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 속도와 방식에서 양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관세 협상도 난제였다. 트럼프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철강 등 한국 주력 품목에 대해 고율 관세 또는 세이프가드를 경고하며 협상카드를 쥐고 있다. 한국은 관세 감축 또는 유예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투자와 관세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투자 → 관세 감축”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있었다. 양 정상은 ‘동맹 현대화’라는 제목 아래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공조 ▲미국 내 조선소 복원에 한국 기업 참여 등의 큰 틀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미국 조선 능력을 되살릴 것”이라고 언급했고, 한국 조선산업이 미국 내 합작 조선소 설립에 참여할 가능성이 열렸다. 동맹은 이제 군사동맹을 넘어 산업·공급망 동맹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이슈도 다시 등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트럼프는 “전쟁 상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겠다”고 답하며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는 정치적 메시지일 뿐, 북핵 대응과 대화 재가동에 대한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이번 회담은 ‘의전의 성공’이었음은 분명하다. 미국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금관을 건네며, 한국의 역사와 권위를 보여준 연출은 완벽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의 진짜 목적은 ‘사진’이 아니라 ‘숫자’였다./서울=김경선 기자 |
김경선 기자 /  입력 : 202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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