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학교 지키는 길, 교원 감축 아닌 정원 기준 혁신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30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지속가능한 공교육 실현을 위한 교원 정원 산정 기준 개선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최근 정부의 교원 감축 방침으로 농산어촌 학교와 공립형 대안학교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 한 명, 한 명을 온전히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숫자로만 교사를 계산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정원을 줄이는 데 급급하다. 이대로 가면 지역의 공교육 기반은 무너지고, 농산어촌은 더 깊은 인구 소멸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수를 줄이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초등 신규 임용 규모 3,561명, 중등 4,898명에서 2026년에는 각각 최대 961명, 1,398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방의 교육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다. 학생 수는 줄어도 학교 수는 그대로인 농산어촌에서는 여전히 교사가 부족하다. 과목별 교사 배치가 어려워 복수 전공 교사가 수업을 떠맡는가 하면, 상담·생활지도·기숙지도까지 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원 감축은 단순히 ‘교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권과 교육의 질,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대표적으로, 완주군의 고산고등학교의 경우 이 정책의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기숙형 시스템을 갖춘 학교지만, 2026학년도에는 교원 정원이 4명 줄어든다. 9개 학급에 20명 교사만 배치되면, 예체능·진로교육·대안교과 등 고유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어렵다. 교사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학교는 점점 ‘일반화’되어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정부가 말하는 ‘효율성’이 결국 지역의 다양성과 교육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교원 정원 산정 기준이다. 현재 정부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잣대로 정원을 정한다. 그러나 실제 교육은 ‘학급 단위’로 이루어진다. 도시와 달리 농산어촌은 한 학년에 학생이 10명 남짓한 학교가 수두룩하다. 학생 수가 적다고 교사를 줄이면, 남은 교사가 여러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다학년 수업이 불가피하다. 이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교사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운다. 학교 유형과 지역 여건, 교육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일률적 산정 방식은 교육 현장을 병들게 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들도 한목소리로 ‘학급 수 중심’의 정원 산정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방식은 과밀학급 해소와 소규모학교 지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더불어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으로 선택과목이 다양해지는 미래교육 체제에서는 과목별 교사 확보가 필수적이다. 교사 감축이 아니라 교사 배치의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교육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다.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공공 인프라이며, 지역 균형발전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교육을 비용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위험하다. 특히 농산어촌 학교는 단지 학생 몇 명의 배움터가 아니다. 마을의 중심이자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거점이며, 인구 유출을 막는 최후의 방파선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원 정원 산정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은 투자다. 단기적인 숫자 조정으로 얻을 수 있는 행정 효율보다, 아이 한 명의 배움이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전북도의회의 이번 건의안은 단순한 ‘정원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호소다. 정부는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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