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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환 전라매일 경제부 부장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지 않으면 값어치가 없다는 뜻의 옛 속담이다.
이 말이 비단 물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 심의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거창한 계획과 국비를 따왔다고 자랑한들, 이를 실현할 의지와 ‘매칭 예산’이라는 실타래가 없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와 도의회의 예산 심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힘들게 모은 구슬을 꿰기는커녕 스스로 실을 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땐 언제고, 정작 사업 추진의 필수 조건인 도비 분담금은 삭감하는 ‘자가당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국·도비 공모사업 예산 중 80억 원이 넘는 도비가 삭감됐다. 그 면면을 보면 심각성은 더하다. 전북의 미래 먹거리라던 ‘새만금’과 ‘이차전지’,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가 주된 타깃이 됐다.
‘내수면 창업지원 비즈니스센터’는 45억 원이, ‘권역 책임의료기관 육성’ 사업은 20억 원이 잘려 나갔다. 특히 기업과의 신뢰를 저버린 대목에서는 의아함마저 든다.
미래국은 이차전지 기업 유치를 위해 ‘제조 AI 특화공장 구축사업’ 등을 내세우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 삭감으로 기업 자부담 비율은 당초 약속했던 30%에서 50%로 껑충 뛰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북으로 오라”며 손짓하더니, 막상 기업이 오자 “돈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집행부와 도의회는 “세수 부족으로 어쩔 수 없었다”며 “추경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와의 약속인 ‘매칭 예산’을 후순위로 미룬 것에 대한 정당한 해명이 될 수 없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지자체에 향후 공모사업에서 페널티를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전북 광역행정의 신뢰 훼손이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구슬은 이미 서 말이나 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꿰어낼 ‘도의회의 책임 행정’이다.
전북도와 도의회가 국비 확보라는 ‘성과’에만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온전히 도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약속된 예산을 지키는 ‘기본’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꿰지 않은 구슬은 보배가 아니라 그저 굴러다니는 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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