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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자전적 에세이> 교룡산성84. 미당 서정주 시의 원형적 공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12일
서정주 시 속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

[아시아뉴스 전북=이두현 기자]
고창 엘파크시티가 지난 7일 오후 2시 홀론아트홀에서 이언 김동수 박사를 초청해 ‘미당(未堂)의 위대한 언어 탄생_시 속에 담긴 철학과 메시지’란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김 박사는 “미당(未堂) 시의 원형적 공간”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서정주의 시적 공간은 ‘동일성의 탐구’이다. 과거·현재·미래가 하나로 공존하는 영원성의 공간을 뜻한다. 단절과 불안의 현실을 극복하고 자아의 연속성을 추구하고자 했다.
3·1운동 주동과 사상 불온 학생으로 두 차례나 퇴학(중앙고보, 고창고보)을 당한 후 상경해 자포자기 상태에서 넝마를 주우며 빈민가를 맴돌다가 단절과 소외의 불안을 극복하고자 고향마을로 돌아와 자아의 동일성을 추구했다. 이를 두고 김 박사는 ‘연기적 중도(中道)의 세계’라고 했다. 서정주 시인이 그리는 이상적 여인상에는 으레 ‘초생달 같은 눈썹’의 미인이 등장한다. 그것은 아마 늦나이에 입학하여 만난 소학교 때의 ‘이쁜 내 여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미당은 여선생님을 사모해 그 얼굴을 그려보게 됐는데 그가 마음을 썼던 것은 그 ‘눈’과 ‘눈썹’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손톱 속의 이쁜 반달들’이었다. 그 반달과의 만남이 평생 그의 가슴에 황홀한 아니마의 영상으로 남아 이후 그의 시적 뮤즈의 모티브가 된다. 이후 그의 명시 「내 영원은」, 「나의 시」, 「동천冬天」 으로 이어져 미당 시의 원형, 곧 ‘불치의 그리움’을 낳게 된다.  미당의 사랑은 ‘만남’이 아니라 ‘이별’이요, ‘육신’이 아니라 ‘정신’, ‘불치의 그리움’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맛볼 수 있다는 극한의 사랑인 것이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이’(‘국화 옆에서’) 가슴 아픈 사랑의 모습이다. 욕망의 쟁취가 아니라, 욕망을 비워냄으로써 그 자리에 다시 샘물처럼 고여 오는 맑고 정결한 사랑, 그러한 사랑과 그리움이 미당 시의 영원이며 그에게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요 아니마(anima)인 것이다. 
미당의 사랑은 미래와 공존하는 영원주의에 있다. 그것은 현실적 한계상황을 극복해 가고자 하는 일종의 보상 기제로서 세대 계승을 통해 영속되기를 희망하는 그의 영생관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미래의 시간 속에서 함께 숨 쉬고자 하는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방정식이기도 하다.  미당의 시「춘향유문」도 이러한 그의 영원주의가 나타나 있다. ‘죽어서 땅 밑 검은 물로 흐르거나’ 하늘에 올라 구름으로 나르다가 어느 날 ‘소나기 되어’ 이승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한 중도(中道)의 사랑이 그의 시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고 있다. 
‘미당의 시적 상상력은 불교의 인연설에 기대어 윤회관을 바탕으로 생명의 원환성(圓環性) 혹은 영원성을 노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문태준, 「영통의 감각」,『미당문학』 08호, 2019. 7.1.) 이러한 미당의 낭만적 기질이 불교의 영원주의로 굳어지면서 그의 시는 자연스레 현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서정주 시의 미학은 현상을 뛰어넘어, 단절에서 지속을, 일시적 존재에서 끊임없이 순환되는 영속성을 찾아 인간의 유한과 한계성을 초월하여 유불선이 육화된 동양적 정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1915년 5월 18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에서 태어나 2000년 12월 24일 작고하기까지 1,000여 편의 시를 15권의 시집에 펴낸 한국 최고 최대의 시인이라 일컫고 있다. 그의 주요 관심은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불안한 현상 속에서도 변치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항상성(恒常性)에 있었다. 그것은 일제침략기와 6.25라는 암흑기에 생사를 넘나드는 불안의 정국 속에서 보다 근원적이고도 영구적인 것, 그리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영속되는 ‘현상 속의 법신관(法身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진다. 
이언 김동수(金東洙) 박사는 1981년 월간 『詩文學』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전국대학 문예창작학회 회장, U.C. 버클리 객원교수, 캘리포니아 국제문화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백제예술대 명예교수,『온글』·『미당문학』발행인, 계간『씨글』 편집인이다. 시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조연현문학상, 목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하나의 창을 위하여』, 『말하는 나무』,『그림자 산책』등을 냈다. 주요 저서로는『한국현대시의 생성미학』,『시적발상과 창작』,『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망명문학』등이 있다.  ㅡ출처: 아시아뉴스전북(http://www.mjeon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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