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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기획|특집

시민의 기억이 역사가 되는 ‘기록도시 익산’

기록 1만 1천여 점과 시민 도슨트…시민이 주도하는 변화
전시·보존을 넘어 활용으로… 살아있는 기록 문화의 확장

박병진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02일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 건립된 옛 익옥수리조합 건물은 오랜 시간 제 기능을 잃은 채 남아 있었다. 이 건물이 시민의 기억을 담는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23일,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개관이었다. 개관 이후 1년 동안 이곳에는 익산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익산의 기록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의 삶 속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
익산시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이 개관 1년 만에 지역 기록문화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15일 밝혔다. 기록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기록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 시민이 기록의 주체가 된 기록관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가장 큰 특징은 기록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점이다. 시는 2021년부터 민간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운영하며 시민 참여형 기록 수집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393명의 시민이 참여해 사진, 일기, 문서 등 1만 1,000여 점의 기록물이 수집됐다.
이 기록물들은 개인의 일상과 기억을 담고 있지만, 기록관을 통해 한 도시의 역사로 재구성됐다. 수집된 기록은 익산시민역사기록관과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류·보존되고 있으며, 전시와 도록 제작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기록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든 점이 기록관 운영의 특징으로 꼽힌다.

◆ 민·관·학 협력으로 구축된 기록 생태계
기록관 운영 과정에서는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시민은 기록을 기증하며 기록관의 주체로 참여하고, 행정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전시와 교육으로 확장한다. 지역 전문가와 학계는 기록물의 의미를 연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민·관·학 협력 구조는 기록관을 고정된 보관 시설이 아닌, 살아 있는 기록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기록이 축적되고, 해석되고, 다시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 시민기록 도슨트, 기록을 설명하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운영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요소는 시민기록 도슨트의 활동이다. 교육 과정을 통해 양성된 시민 도슨트 20여 명은 기록관과 전시장에서 기록물을 해설하며 방문객과 기록을 연결하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이어지는 도슨트 해설은 기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록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닌 시민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시민 참여형 기록 해설 모델은 다른 지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울산과 대전, 나주, 김해, 청주, 증평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기관에서 벤치마킹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 기록을 일상 속 문화로 확장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기록을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확장하는 데 주력해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기록 체험 프로그램과 계절·명절 연계 행사는 기록관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기록관 시간여행부터 원데이 클래스, 스탬프 투어,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은 체험의 대상이 됐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공간으로, 가족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은 기록관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다.
개관 이후 1년간 기록관을 찾은 방문객은 1만 5,000여 명에 이른다.

◆ 시민의 기록, 도시의 자산이 되다
기록관은 시민이 기증한 기록물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아 발간된 기록화 연구집 ‘빛나는 오늘–아이들의 일기로 만나는 익산’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 4명이 기증한 학창 시절 일기를 엮은 이 책은 개인의 성장 기록이자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생활사 자료로 평가된다. 평범한 기록이 도시의 역사 자산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상 콘텐츠 제작도 병행되고 있다. 기록관과 전시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공개함으로써 기록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 1년의 성과, 다음 단계를 향해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지난 1년은 시민 주도 기록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기록 수집과 활용, 시민 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현장에서 구현됐다.
익산시는 내년을 ‘기록문화 활용의 도약기’로 설정하고, 시민기록가 양성과 심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록관 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연구자, 학생들이 기록을 바탕으로 연구와 토론,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할 예정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으로 완성된 공간”이라며 “이곳이 미래 100년 익산을 이끌 기록문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 입력 : 2026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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