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곁에 ‘물고기마을’ 테마파크라니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19일
전주 한옥마을은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정수이자,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 관광지다. 기와지붕이 빼곡한 골목,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 전통 한지·한복·한식 등이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전주시가 한옥마을 인근에 ‘물고기마을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간기업 ‘이에프지’와 협약을 맺고, 한옥마을 인근에 물과 생명을 테마로 한 체험·휴식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주시는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한옥마을 중심의 전통 관광 동선에 생태·체험 요소를 더해 단순 방문에서 ‘머무르는 관광’으로 전환하고, 아이들이 물과 생명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공동체와의 공존도 강조한다. 시설 운영 시 전주 시민 우선 채용, 지역 내 수익 순환 구조를 만들어 관광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물고기 중심 생명체 체험과 휴식형 여가시설이 결합된 형태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의 일상 속 쉼터가 되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옥마을의 본질은 조선 시대의 생활 양식과 전통 미학이 응축된 문화유산이다. 그 고유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전체적인 경관과 몰입감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벽당 옆에 자리한 전주자연생태관은 재단장 후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 잘 기능하고 있다. 수족관, 전주천 생물 관찰, 실감형 콘텐츠 등으로 자연의 순환을 배우는 데 최적화된 곳이다. 그런데 굳이 ‘물고기마을’이라는 별도의 테마파크를 신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기존 생태관을 확장·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설을 짓는다면 예산 낭비와 중복 투자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더욱이 한옥마을의 관광 성장은 ‘전통’이라는 일관된 정체성에서 나왔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한국관광 100선 7회 연속 선정 등 그 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태 체험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한옥마을의 전통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관광객들은 한옥 골목을 걷다 갑자기 등장하는 ‘물고기마을’ 간판과 현대적 시설을 보고 당혹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주 관광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주시는 이 사업을 통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핵심은 ‘조화’와 ‘공감’이다. 민간 투자 유치와 지역 순환 경제라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더라도, 한옥마을의 문화적 무게를 고려한 세밀한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관 심의 강화, 전통 건축 양식과의 조화, 기존 자연생태관과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또 하나의 명소’를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전통과 현대·문화와 생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그 곁에 들어서는 어떤 시설도 이 고유한 정체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물고기마을’이 또 하나의 머물 이유가 될지, 아니면 어색한 이질감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설계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에 달려 있다. 전주시는 뜬금없는 계획이라는 시선을 기회 삼아 진정 도민과 관광객이 공감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전통의 깊이와 생태의 신선함이 조화롭게 만나는 새로운 풍경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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