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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의료, ‘의사 수’보다 ‘지역 안착’이 먼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06일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되새기는 제54회 ‘보건의 날’을 맞았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은 교육 현장의 진통을 거쳐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북지역 의료환경은 녹록치 않다. 대표적으로 원정 진료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의사를 뽑느냐’는 산술적 논쟁보다는 증원된 인력을 어떻게 전북의 산간벽지와 필수 의료 현장에 묶어둘 것인가라는 ‘생존의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의료 취약 지역이다. 전주와 군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동부권 산간 지역의 의료 공백은 재난 수준이다. 분만할 병원이 없어 인접 타도로 원정을 가야 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골든타임이 생명인 중증 질환자들에게 전북의 도로는 곧 사선(死線)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렸음에도 도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이 여전한 이유는 명확하다. 의사 면허 소지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들이 자동으로 전북의 시골 마을이나 기피 과목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확보한 ‘지역 필수 의료 특례’ 적용은 매우 중요하다. 이 특례는 전북이 주도적으로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례 확보가 곧 의료 질의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것은 10년 넘게 표류 중인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설립의 실질적 진척이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한 국립의전원은 전북 필수 의료 체계의 핵심 기둥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밀려 더 이상 지체될 여유가 없다. 전북자치도는 특례를 활용해 국립의전원 설립은 물론, 이곳에서 배출된 인력이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며 공공 의료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전북형 지역의사제’의 전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도내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 간의 강력한 협력 체계를 전제로 한 실무 모델이 필요하다. 전북대병원이나 원광대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의 전문의들이 남원, 진안, 장수 등 의료 소외 지역의 의료원과 순환 진근하거나 원격 협진을 상시화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의대생 선발 단계부터 전북 지역 인재 전형을 확대하고, 졸업 후 지역 안착을 조건으로 장학금과 정주 여건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전북형 패키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증원된 의사들은 결국 다시 수도권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의사 수만 늘고 지역엔 의사가 없는’ 역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금이다.

의료는 시혜가 아니라 도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이번 보건의 날을 맞아 전북자치도는 공공 의료의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 화려한 첨단 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아픈 도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지역에 미래는 없다. 전북자치도와 교육청, 그리고 지역 대학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대 증원의 혜택이 도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정교한 배분 설계도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 역시 전북의 의료 격차를 해소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도민이 아플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의료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구체적인 재원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78년 전 제정된 보건의 날의 취지가 전북의 산간벽지 끝자락까지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북형 의료 자치의 성패는 이제 ‘특례의 활용’과 ‘인력의 안착’이라는 두 바퀴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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