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덮친 ‘인구 소멸’의 그늘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13일
전북특별자치도의 인구 소멸 시계가 가팔라지고 있다. 해마다 들려오는 인구 감소의 경고음은 지역 존립의 근간인 농촌 현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들녘은 활기를 띠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북 농촌의 공기는 무겁기만 하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들의 탄식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절박한 생존의 외침으로 들린다. 인구 절벽이 부른 노동력 부재는 전북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농촌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고령화로 인해 기존의 품앗이 구조는 완전히 붕괴됐고,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인건비는 농가 부채의 주범이 됐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마저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력 이탈이나 불법 체류 등의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인력 수급 안전망을 구축하느냐가 올 한 해 전북 농사의 성패를 가른다.
이런 가운데 전북자치도 내 일부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은 주목할 만한 우수사례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진안군과 고창군 등이 시행하고 있는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농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외국인 인력을 도입해 농협 등 전담 기관을 통해 운영하는 이 모델은, 개별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숙식을 제공해야 했던 기존 방식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특히 소규모 농가가 필요한 날짜에만 일용직 형태로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어 노동력 수급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무주군이 운영하는 ‘농번기 인력지원 상황실’과 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과 연결하는 인력중개센터의 활성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력알선은 물론, 숙박비와 교통비를 지원하고 상해 보험 가입을 돕는 등 지원이 뒷받침되자 대학생과 도시 은퇴자들의 발길이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지자체의 ‘적극 행정’과 ‘현장 밀착형 정책’이 결합했을 때 가능하다. 이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농산업 인력지원 상황실’을 가동하고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상황실은 모니터링과 인력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와 인력 공급원을 연결하는 전북 농업의 ‘관제탑’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만큼, 이들이 현장에 적기 배치되고 이탈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상황실의 세심한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상황실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북특별법이 부여한 농생명 산업 지구 특례를 적극 활용해 농업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인구 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적은 인원으로도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농기계 자동화와 스마트팜 보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기숙사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도정과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적은 인원으로도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농업 구조로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첨단 농업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보급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손에 쥐여주는 일시적인 수당보다, 제때 일할 사람을 보내주는 시스템이 농촌에는 더 절실하다. 농업은 전북의 생명줄이다. 농번기 인력난 해소는 전북의 식량 주권을 지키고 지역 소멸을 막는 방어벽이다. 즉, 농업·농촌을 지키는 것은 지역을, 국가를 지키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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