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식 분양가 권고, 이제 그만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14일
전주시가 민간택지 아파트의 과도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운영 중인 ‘분양가 권고 제도’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행정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 ‘북전주 광신프로그레스’의 경우 지자체의 권고가 건설사의 ‘옵션 상술’ 앞에 옹색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겉으로는 분양가를 낮추는 것 같지만, 뒤로는 유상 옵션이라는 편법으로 실질 수익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사실상 방관하는 전주시의 ‘면피용 행정’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멍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시가 해당 단지에 권고한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3.3㎡(평)당 약 1,350만 원. 총액으로는 4억 4,5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자에 주어진 고지서는 전혀 딴판이다. 발코니 확장비 2,980만 원을 시작으로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가전, 인테리어 옵션 등을 모두 합치면 추가 비용만 최대 5,700여만 원에 달한다. 이를 합산하면 실질 분양가는 평당 1,500만 원대로 껑충 뛴다. 시의 권고안보다 15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이는 지자체의 행정 지도가 건설사의 수익 보전을 위한 ‘숫자 놀음’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옵션들이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강제 사항’에 가깝다는 점이다. 발코니 확장은 설계 단계부터 전제되어 있어 확장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상례다. 기후 변화로 필수 가전이 된 시스템 에어컨이나, 기본 사양을 낮게 책정해 선택을 유도하는 빌트인 옵션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건설사는 낮은 기본 분양가로 홍보 효과를 누리며 시의 권고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실제 이익은 유상 옵션으로 보전받는 ‘눈 가리고 아웅’식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평화동 ‘라온프라이빗’과 송천동 ‘아르테움 더숲’ 등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가격 책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시행사 측이 제시하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수천만 원의 금융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분양가를 통해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했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이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고분양가 구조를 유지하면서 투자 및 투기 수요를 자극하는 기제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전주시 분양가 권고 제도가 민간택지라는 특성상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분양가심의위원회의 자문조차 거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권고에 그친다면, 이는 행정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당초 평당 1,440만 원으로 접수된 분양가를 100만 원가량 낮춘 시의 노력이 ‘옵션 질’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실을 방관하는 것은 지자체가 건설사의 면피를 돕는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지금 전주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수부 도시로서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와 행정통합 등 거창한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의 가장 절실한 민생 현안인 주거 안정 문제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어떤 비전도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주변 시세와 시민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분양가는 가계 부채를 가중시키고 지역 주택 시장을 왜곡시킨다.
전주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분양가 심의 과정을 더 투명하고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은 물론, 유상 옵션의 적정 가격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례 개정을 통해 옵션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기본 사양의 하한선을 높이는 방안 등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해야 한다. 형식적인 권고가 아닌, 시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단호한 행정만이 무너진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울 수 있다. 전주시의 책임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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