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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불안전한 여정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7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살다 보면 문득 인생이 불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길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오고, 발걸음은 무거워지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조차 흐릿해진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길의 끝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인생은 이처럼 알듯 말듯 한 기로의 함정이다.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면서도, 손에 잡힐 듯한 그 속내를 다 보여주지 않는 묘한 존재인 것이다.
삶은 고단하고 고통과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질병과 실패, 이별, 그리고 상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고통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의 본질이 곧 고통임을 역설했다. 이를 피하려 할수록 우리는 그 굴레에 더 깊이 얽매이게 된다. 특히 한번 염세주의적 사유에 빠져들면 그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법이다. 어쩌면 진정한 처방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당당히 관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도를 피하기만 하는 사람은 작은 물결에도 쉽게 무너지지만, 파도를 탈 줄 아는 사람은 폭풍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고통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서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 그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견고한 태도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 누구의 위로도 들리지 않을 때, 세상이 차갑게 느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 중심이 흔들린다면 그 어떤 성취도 공허할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삶이란 원래 고통이며 욕망에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언뜻 비관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우리에게 거대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삶이 반드시 완벽하거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놓아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공허함을 담담히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그 허무를 메우려는 부질없는 집착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 비워진 틈 사이로 작고 진실한 행복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며,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가는 삶. 이것이 바로 시대를 초월해 전해지는 단단한 처방이 아닐까.
우리는 자주 묻곤 한다. 무엇이 가장 소중하냐고. 많은 이가 부와 명예, 혹은 권력을 꼽지만, 그 모든 것의 주인인 ‘나’라는 존재가 없다면 그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끝내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의 정점에서도 늘 결핍과 불안을 느끼지만,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은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다.
인생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철학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해도, 우리가 삶을 향해 던지는 질문의 질(質)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철학적 사유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원망 섞인 한탄을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성찰로 전환한다. 또한 “무엇을 더 채울까보다 무엇을 비워낼 것인가.”에 집착하게 된다. “생각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스스로 사유하는 순간 비로소 삶의 주권은 나에게 돌아온다.
삶의 고비마다 우리를 붙들어 줄 버팀목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 용기, 타인의 잣대로부터 독립하는 당당함,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끈기. 이 세 가지만 있다면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설령 잠시 쓰러질지언정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은 끝내 완벽히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삶은 더 깊고 두려우며 동시에 아름답다.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그 덕분에 뜻밖의 풍경을 마주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생의 처방전은 이미 완성된 답안지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삶으로 써 내려가는 문장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한 채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부족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고 빛나는 삶을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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