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이 만든 시야, 사천의 미래를 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29일
이상돈 공학박사·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할 때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본다. 그러나 공동체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문제와 어떻게 싸워왔는가에 있다. 사천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한 인물, 정국정의 삶은 바로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정국정은 사람과 싸워온 인물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문제와 싸워왔다. 1990년대, 대기업 조직 안에서 반복되던 부조리와 비리를 마주했을 때 그는 침묵 대신 선택했다. 공익신고자이자 공익제보자로서 내부의 문제를 드러내는 길이었다. 그 선택은 개인에게 혹독한 대가로 돌아왔다. 집단 따돌림과 해고, 그리고 10년이 넘는 외로운 법정투쟁. 그 과정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법원은 일부 사안에서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직장 내 따돌림을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선례로 남았다. 또한 복직을 전제로 한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여러 사정 속에서 끝내 일터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그는 이겼지만, 동시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비유를 떠올릴 수 있다. 돼지는 목이 약 15도 정도만 들어 올려져 있다. 그래서 하늘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결국 몸이 넘어져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넘어짐이 있어야만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정국정의 삶도 그러했다. 그의 ‘넘어짐’ - 해고와 좌절, 그리고 복직에 이르지 못한 현실 - 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방향을 바꾸는 계기였고, 시야를 넓히는 전환점이었다. 그는 서울에서의 치열한 삶을 뒤로하고 고향 사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았다. 사천에서의 삶은 또 다른 방식의 ‘문제와의 싸움’이었다. 농업에 뛰어들어 기술을 접목한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지역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며 주민과 함께 호흡했다. 이장으로서, 주민자치의 일원으로서 그는 지역의 목소리를 행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의견 충돌 속에서 그는 주민의 입장을 대변했고, 결국 해임이라는 조치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본질은 같았다.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향한 행동이었다.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방향을 요구하는 과정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공익신고자와 공익제보자의 가치를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투명한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국정의 삶은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완벽한 승리를 거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의 기록이 더 많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왔는가이다. 개인의 안정보다 공공의 가치를 선택했던 시간들, 그리고 넘어짐 이후에도 다시 일어나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려 했던 선택들. 사천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단순한 개발과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고 누구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문제와의 싸움’을 해온 경험이 필요하다. 넘어졌던 사람이 더 넓은 하늘을 본다. 그리고 그 시야는 개인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비추는 힘이 된다. 정국정의 이야기가 지금 사천에서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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