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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로 살아보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7일
이원후 심리상담사,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논설위원

‘누가 툭 던진 농담 한마디에 마음속 진동이 오고 카톡 하나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내가 겨우 뱉은 말 한마디를 후회하거나 집에 와서야 그 당시 하지 못했던 말들에 대해 후회해요’ 40대 여성분이 나에게 한 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러한 말 한마디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 여성은 40대가 되고서야 자신은 착한 게 아니고 호구였다고 강하게 감정을 표출하였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좋게 좋게 하자’는 사람치고 진짜 좋은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 내담자는 오랜 시간 ‘듣는 사람’이라는 족쇄에 묶여 살았다. 입은 굳고 귀는 타인의 감정 쓰레기를 받아내는 수거함이 되었다. 자신 앞에서 누군가 울든, 화를 내든 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넌 들어줘서 참 고마워’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은 결코 내담자에게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일종의 정서적 착취의 세련된 표현이라고나 할까?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너는 내가 죄책감 없이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도 했다.
한쪽은 쏟아내고 한쪽은 삼키며 그 자리에는 어느새 피로가 자라났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담자는 이유 없는 짜증이 났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버겁고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닌 말하지 못한 감정이 몸 안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침묵은 미덕이 아닌 어쩌면 또 다른 자해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면 싸움이 날까 봐를 핑계로 침묵을 택한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말하지 않을 때 터진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을 정확히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도 품격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을 세 단계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정서의 통제 둘째, 논리의 구조화 셋째, 언어로 명료화이다. 감정이 정제되지 않으면 논리가 무너지고 논리가 없으면 설득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짜증이 나요’보다는 ‘이 상황이 저를 지치게 하네요.’라고 공격적인 반응을 덜어내고 상황을 분리하여 좀 더 명료하게 표현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주어를 ‘너’에서 ‘나’로 옮겨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나-전달법의 의사소통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자꾸 이야기를 해서 감정이 피곤해. 오늘은 다른 친구와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어’로 문제행동과 그로 인한 영향과 감정 그리고 내가 원하는 행동 순으로 말하다 보면 상대의 비난을 줄이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여 공감·수용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진짜 성숙함은 제대로 된 시기에 명확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의 한계를 알 수 없기에 계속해서 나의 선을 침범하려 한다. 때론 침묵도 필요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입을 여는 용기도 필요하다.
감정은 삼키면 병이 되지만 문장으로 번역하면 힘이 된다고 한다. 또한 진실한 한 문장은 썩은 감정의 고름을 밀어내는 항생제와도 같다. 그렇기에 침묵이 병이라면 말은 처방이다. 건강하게 표현한 나의 목소리가 나의 인생을 다시 숨 쉬게 할 수 있다. 그동안 침묵을 선택하여 나의 삶을 병들게 하였다면 이젠 올바르게 말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병들었던 나의 삶을 치유해 보길 바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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