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의 그늘, 젠트리피케이션과 상업화의 덫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15일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명소인 전주 한옥마을이 마침내 연간 관광객 1,5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전북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간 전주시와 지역 주민들이 쏟은 노력의 결실은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다. 현실은 냉혹하기 때문이다.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급격하게 진행 중인 젠트리피케이션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콘텐츠의 획일화는 전주 한옥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민선 9기 전주시정과 지역 사회는 한옥마을의 이 위험한 신호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옥마을의 현주소는 실로 우려스럽다. 한옥마을의 땅값과 상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작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며 전통의 맥을 이어오던 원주민과 전통 공방, 향토 문화예술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듯 밀려나고 있다. 전통문화의 숨결이 살아 숨 쉬던 고즈넉한 한옥 마당은 자본을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와 국적 불명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매장들로 채워졌다. 어느 순간부터 전주 한옥마을이 ‘전통’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상업적 먹거리 장터’로 전락했다는 매서운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업화의 과속은 결국 관광지의 매력을 반감시켜 관광객들이 한 번 오고 나면 다시는 찾지 않는 '일회성 관광지'로 전락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주 한옥마을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다른 곳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전통문화의 원형과 정취’에 있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향교로 이어지는 역사적 깊이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상업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을 방치했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강제성 있는 상생 조례 제정을 통해 임대료 상한선을 규제하고, 전통 공방과 문화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및 생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착한 임대료 구역'을 과감하게 확대 지정해야 한다. 자본의 탐욕이 한옥마을의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행정이 확고한 방어벽을 쳐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관광 콘텐츠의 과감한 다변화와 질적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단순히 한복을 빌려 입고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며 스쳐 지나가는 ‘먹방 투어’ 중심의 현 구조로는 한옥마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전주가 가진 독보적인 자산인 전통 서예, 한지, 판소리, 전통 다도 등과 결합한 고부가가치 체류형 체험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해야 한다. 낮에는 한옥의 고즈넉함을 즐기고, 밤에는 풍남문과 경기전의 야간 경관을 배경으로 한 고품격 야간 문화재 행사와 인문학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등 관광객들이 전주에 머무르며 깊이 있게 문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옥마을의 낙수효과가 서학동 예술마을, 객리단길, 그리고 전주 원도심 전체로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도록 공간적 확장 전략도 촘촘하게 짜야 할 것이다.
민선 9기 전주시정은 한옥마을의 이 거대한 위기와 기회를 도정 및 시정의 핵심 민생 과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1,500만 명이라는 화려한 숫자의 덫에 취해 내실을 다지지 않는다면, 한때 대한민국을 풍미했다가 상업화로 순식간에 외면당한 수많은 관광 명소의 전철을 전주 역시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문화가 곧 경제이고, 전통이 곧 미래다. 전주시정과 지역 사회, 그리고 상인과 주민 모두가 대승적 결단으로 원팀이 되어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일에 결연히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 영토'로 위대하게 도약할 수 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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