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발표
'LGBTQ', '여성 연대' 강세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20일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할 10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올해 공모에는 총 165편의 작품이 접수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은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주목받는 섹션으로,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대상으로 한다. 그간 한국경쟁을 통해 배출된 작품들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는 극영화 9편과 다큐멘터리 1편이 최종 선정됐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문석, 문성경, 전진수 3인은 “이번 심사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며, “출품작의 숫자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이 높아 최종 선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LGBTQ’와 ‘여성 연대극을 내포한 유사가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박준호 감독의 〈3670〉은 탈북 게이 청년 철준이 겪는 정체성과 사랑의 갈등을 그린 멜로 영화다. 성스러운 감독의 〈여름의 카메라〉는 여고생 여름이 학교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과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과거를 엮은 성장 드라마다.
유사가족 이야기는 올해 여성 연대극과 결합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방미리 감독의 〈생명의 은인〉은 보육원 퇴소를 앞둔 세정이 자신을 돕겠다는 중년 여성 은숙과 함께 사기당한 전세 보증금을 되찾으려는 여정을 담았다. 이은정 감독의 〈숨비소리〉는 3대에 걸친 여성들이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렸고, 윤심경 감독의 〈캐리어를 끄는 소녀〉는 부모에게 버려진 15세 소녀가 부잣집 딸의 테니스 코치를 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가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배우들의 강한 존재감과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도 선정됐다. 정기혁 감독의 〈97 혜자, 표류기〉는 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의 로드무비이며, 김준석 감독의 〈그래도, 사랑해.〉는 연극을 하는 부부의 예술과 삶을 담았다.
청년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은 미래를 고민하는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김태윤 감독의 〈아방〉은 서울로 이주하려는 청년 윤이 자신의 아버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올해 한국경쟁에 진출한 다큐멘터리는 단 한 편이다. 이은희 감독의 〈무색무취〉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문제를 기록한 작품으로, 재해 피해자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는다. 심사위원들은 “소재와 연출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심사위원들은 “주류 영화산업의 침체와 정부 지원 축소로 독립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와 전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한국경쟁 선정작들은 영화제를 통해 공식 상영될 예정이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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