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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가을 이야기 속으로

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난듯 온종일
서성이며 아름다운 도서에 빠져들었던 지난 가을을
그리워하고 있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1일
ⓒ e-전라매일
지난 가을 이야기다.
가을이 소리 없이 물들어가는 어느 날,
일본 가수 야마구찌(山口) 가 부르는 “여행하기 좋은 날” 의 노랫말이 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하더니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생각만으로도 공항 대합실에서 타고 갈 비행기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였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외로워지고도 싶었으며 그리하여 슬퍼지면 울어도 보리라 라는 생각도 마음속에 담겨져 있었으니까.
그때는 미처 못 느꼈지만 아마 우울증이란 녀석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쌓아가다가 서둘러 시작한 나의 가을 나들이는 전주 근교의 중인리에서 가을볕을 바라보는 일로 출발하여 도쿄의 시부야를 지나 일본가을의 상징인 하코네까지 찾아 나서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보아도 내가 찾고자 하는 가을은 보이지 않아서 이곳저곳을 그냥 기웃거리곤 하였다.
사실, 낯선 곳에서 보이지 않은 이야기를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도쿄에서의 나의 하루하루는 통속적인 일상에 젖어버린 나그네가 되어갔고, 내가 원하는 가을빛은 찾을 길 없어 우울하게 하더니, 무심코 걷던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츠타야라는 서점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였나 싶다.
바로 이곳은 편안함은 물론, 이야기가 흠뻑 담겨져 있는 동화속의 서점이었다.
서점은 그 나라를 말해주는 현대문화 집결지가 아닌가.
그냥 절푸덕 주저앉아 잠시 젖어보고 싶은 충동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에 선정된 곳이기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실, 여행을 하다보면 각 나라마다 비슷비슷한 서점을 많이 만날 수 있지만 이처럼 디자인부터 내부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지닌 서점은 드물었다. 오래전에 여행길에서 만난 독일의 뒤셀로르프의 하이네 서점에서도 이처럼 흥분되지 않았으리라.
과거는 책을 통해서 배우고 미래는 여행을 통해서 배운다는 말이 옳다.
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난듯 온종일 서성이며 아름다운 도서에 빠져들었던 지난 가을을 그리워하고 있다.
늘 그러하듯 가을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었다,
올 가을엔 무거워진 삶을 어디에 마음을 둘 것인가를 고민해보면서 미술관을 찾기도 하였고 맨드라미의 붉은 빛 속에 마음을 주기도 했다.
전주 천변에는 갈대꽃들이 한창 이다.
한 시간 남짓 걷다보면 서서히 꽃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오는데 잠시 가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오늘은 작은 도서관에 가려한다.
동사무소 2층을 개조해서 만든 도서관은 아이들의 하교가 늦은 날에는 더 더욱 고요해서 명상에 잠겨보기 딱 그만이다.
이번엔 이덕무의 “문장의 온도”를 빌려야겠고 따끈한 차 한 잔도 마셔야겠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든 모양이다. 자꾸만 추억 속에 나를 묶으려하는 걸 보니....

/.박지연
시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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