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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존댓말, 제대로 알고써야”

우리말 어법에
어긋한 표현을
삼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우리말의 고귀하고
품격 있는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3일
ⓒ e-전라매일


지난달 초 나른한 오후 전북도청 근처 서부신시가지의 한 커피전문점에 들어섰다.
계산대에서 고객을 응대하며 주문을 받던 직원은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총 9천 8백 원이십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순간, 뭔가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결제를 마치고 지인이 앉은 테이블을 마주하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잠시 뒤 주문한 메뉴가 완성되자 이번엔 다른 직원이 나를 향해 이렇게 알렸다.
“고객님. 주문하신 메뉴 두 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두 직원이 그 점포의 고객인 나에게 건넨 말은 어법상 맞지 않거나 어색한 표현들이다.
“9천 8백 원이십니다.”는 “9천 8백 원입니다.”로 고쳐야 한다.
사람이 아닌 ‘9천 8백 원’이라는 물건 값을 억지로 높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역시 “어떻게 결제하시겠어요?”라고 말하는 편이 더 명료하고 어법에도 맞다.
또 이미 준비돼 나와 있는 식음료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준비하신 메뉴 나와 있습니.”나 “준비하신 메뉴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이러한 얘기를 주제로 하여 동석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동석한 지인은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점포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어투로 직원들이 그렇게 말하는 게 익숙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시 생각해 보니 표현이 조금 어색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에는 어법에 맞지 않거나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이 많다.
“감사해요”를 “감사드려요”라고 말하거나 ‘소개해 주다’를 ‘소개시켜 주다’로 말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표현들은 영어식 표현과 관련이 있다. ‘감사드리다’는 ‘감사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의 영어 ‘give thanks’에서 왔다. ‘소개시켜 주다’ 또한 동사 ‘introduce(소개하다)’의 영어식 피동(被動) 표현에서 비롯했다.
이처럼 어색한 영어식 표현 대신 우리말 원형을 충분히 살려 말해야 뜻을 더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다.
어색한 우리말 표현의 사용 빈도는 서비스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특히 많다.
고객들에게 가능한 한 높임말을 쓰면서 거부감을 덜 주는 완곡한 표현을 찾다보니 때로 잘못된 어법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업계에서도 이런 점을 알고 수년 전부터 ‘사물존칭 표현 사용하지 않기’ 등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 결과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매우 우습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은 자주 쓰이고 있다.
스낵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의 조카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은 알지만 워낙 많이 쓰다 보니 쓰지 않으면 도리어 어색하다”며 “손님들도 이런 표현이 더 공손하다고 여기는 것 같고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 메뉴는 지금 안 되세요’와 같은 어색한 존댓말을 쓰지 않으면 ‘말투가 무례하다’며 시비를 거는 손님들도 가끔 있다”고 했다.
고객을 대할 때 가능한 한 존대의 표현을 쓰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어색한 우리말 표현을 쓰는 것은 삼가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고객은 왕이다’라고 표현한 미국의 사업가 존 워너 메이커의 고귀한 뜻을 존중하는 자세와 마음은 표정과 행동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우리말 어법에 어긋한 표현을 삼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고객과 종업원 사이에 형성될 때 우리말의 고귀하고 품격 있는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문동영 본지 편집위원
JK명품자동차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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