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를 바라보며
내 몸도 깊어가는 가을 따라 정국의 흐름에 시름만 더해간다. 그러나 잘 이겨내고 흐트러진 실타래를 풀어내겠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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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길~~~ 시대를 가슴에 담아 읊어낸 한이 서린 노랫말이다. 그렇게 굶고 매 맞아서 골병든 육신으로 오십도 못 채우고 죽어간 원혼들을 속절없이 내던지고 한 서린 보릿고개를 갖은 고생 이겨내며 넘고 보니 이제는 개도 안 물어갈 썩어 없어진 이념논쟁으로 사람이 죽어간다. 이 또한 배달의 후손으로서 피할 수 없이 타고난 팔자인가 싶다. 넓은 들판 마다하고 건널목 조각 같은 땅덩어리에 마른 풀잎처럼 태어나서 밟히고 밟혔으니 이제는 피차에 안쓰러워 보듬을 만도 하건마는 아직도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구태를 열심히 따라가는 현 시국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굶주림을 겨우 면한 팔자의 삶이 이 민족에게는 정녕 사치였더란 말일까? 국난 중에도 당파 간의 삿대질로 날을 새던 남인, 북인 노론, 소론... 진저리치게 민족끼리 물어뜯고 할퀴어 놓은 진영논리의 폐해는 금쪽같은 인재들을 사지로 내몰더니 급기야는 나라가 망해가도 민생이 죽어가도 당리의 계산법은 극한으로 치달아서 치졸하기 끝이 없는 판국에 가여운 민초들의 고혈은 기득권의 곳간에 널브러지고 민중의 피맺힌 절규는 소쩍새 울음 따라 허공으로 황망히 사라져 갔을 뿐이다. 땅속의 벌레가 밖으로 나오는 춘삼월이면 행여 밟힐세라 보드라운 짚신으로 갈아 신던 심성 고운 민족이었는데 누가 이토록 잔인하게 바꾸어 놓았을까. 천 번을 넘게 당해온 외침 속에 이골 난 피난길이 조급함으로 변질되어 내려와 버린 수치스런 민족성은 어둡게 대물려진 시대의 유산이라 치부하더라도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이라 할 만큼 심성이 곱고 바르며 하얗고 여리던 민초들의 훈훈함 마저 삭막한 시절광풍에 휘둘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다. 이런 저런 한이 많아 강을 이루니 그 이름이 한강이라던가? 한 여름 강기슭에 외롭게 꽃을 피운 한 떨기 무궁화여! 첩첩이 쌓인 한이 물결을 이루어서 지친 몸 부딪히며 말없이 흘러가다 풀숲어린 강기슭의 뿌리에 스며드니 그 이름 무궁화라. 찬 서리 모진 바람 무더위에도 꿋꿋하게 변치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우리 민족의 정기가 어린 나라의 꽃 무궁화여! 그래서 붉게 물든 그 얼굴이 이 땅의 나라꽃이 되었구나! 예쁘게 활짝 핀 그대 얼굴 밑으로 가지마다 질기게도 붙어있는 진드기들처럼 잠시 다녀간 왜구들의 잔영이 흔들고 할퀴어도 의연한 그대를 보매 부끄러움에 애써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가을이 완연하니 조석으로 열고 닫던 그대의 얼굴에도 이지러진 수심이 가득하고, 스산한 실바람에 구르는 낙엽도 슬퍼지는 이 절기에 곁에 있는 이 내 몸도 깊어가는 가을 따라 정국의 흐름에 시름만 더해간다. 그러나 잘 이겨내고 흐트러진 실타래를 풀어내겠지. 지금은 물고 뜯어도 양보하고 배려하며 민초들의 애환을 없애주겠지. 끌어안고 도닥이며 민초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데 한 몸이 되어 손을 잡고 일어서겠지. 백의민족 배달의 겨레 우린 같은 조상의 피를 이어받은 한 할아버지 단군의 자손들이니까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언제나 물 건너 왜놈들에겐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고 북쪽의 중국인들에게도 늘 존경의 대상이었던 조상님들이 세우고 살아오고 후손인 우리들에게 물려주신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펼쳐진 땅에서 해마다 예쁘게 또 다시 피어나는 나라꽃 무궁화를 닮아가며 말이다. 하 수상한 시절이지만 언젠가 불어올 이 나라의 진정한 훈풍을 기다리면서.
/황의욱 해공 신익희기념사업회 이사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19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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