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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고독,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질병’으로
자리잡아가는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6일
ⓒ e-전라매일


가을이 처처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제물에 떨어진 나뭇잎은 땅 위를 제멋대로 구른다. 싱싱하고 아름다운 것들도 언젠가는 흉물이 되고, 계절이 깊어지면 산속 호수도 외롭고 쓸쓸해진다는 것을….
사계절 중 유독 가을이 슬픔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녀를 불문하고 가을이면 외로움을 부르는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마음 한쪽에는 고독이 배이고 회상과 상심이 밀려올 듯한 분위기다.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감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은 혼자 있기에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이고, 고독은 내가 원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쁨을 뜻한다. 문제는 찬바람 불고 낙엽 지는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외로움과 고독, 쓸쓸함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이 과열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결국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 존재의 근본 구조는 고통으로 얽혀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생 여정의 99%가 비극의 연속이라고 했다. 쇼펜하우어는 평생 고통 속에 살다가 허망하게 죽어가는 인간의 현실에 일찍 눈을 떴고,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결코 조화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불완전하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결코 비관론은 아니지만 우리 삶은 고통으로 출발해서 비극으로 끝난다. 순간 용기를 내도 인생은 어차피 실패에 가까운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그게 인생이다.
오늘날 이혼율이 증가하고 독신자들이 늘어나면서 현대인은 더욱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이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에는 고독이 비만이나 골초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데 이어, 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를 좀먹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봐야 한다면서 ‘외로움부(?)’가 신설되고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이 탄생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겪고 있기에 외로움부 장관이 있을까. 영국 인구 6500만 명 중 외로움을 겪는 사람은 900만 명에 이르며, 치명적으로 외로운 사람은 약 1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외로움부 장관이 여러 국가의 시선을 끌었던 이유는 특이한 장관이 생겼다는 신선함도 있지만,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공식 선언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리서치에서 작년 5월 실시한 만 19세 이상 전국 1,000명 웹조사 결과를 보면,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응답자의 7%가 ‘거의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고, 19%는 ‘자주’ 느끼고 있다고 답해, 4명 중 1명은 상시적인 외로움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이처럼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영국만의 특징은 아닐 것이다. 외로움 장관 임명 뉴스를 10개 이상의 매체에서 보도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화가 진행된 국가들이다. 외로움의 폐해는 우선, 개인의 근심 걱정과 사회 병리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피폐화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영국과 궤를 같이 하는 신선한 시도가 있었다. 부산시의회가 올해 5월 전국 처음으로 ‘부산 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선언에만 그쳐서는 소셜 케어라 할 수 없다. 재원과 인력을 들여 외로움 실태조사와 측정을 위한 지표 개발, 치유센터 설치 등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갈수록 증가하는 고독사, 그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는 사람들, 무연고 장례식을 치러주는 자원봉사자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가는 길마저 처절하게 외로워야 할까?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지닌 존재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삶의 무게와 함께 얽히고설킨 세상 모든 문제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질병’으로 자리잡아가는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영규
본지 논설위원·독자권익위원
전북문단 편집국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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