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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5> 오, 남원이여

춘향골 남원,
정유재란 때
만여 명의 군관민이
장렬하게 전사했던
만인의총(萬人義塚),
골골에 세워진
수많은 효열비,
그리고 ‘흥부전’과
‘만복사저포기’ 고장
육자배기와 동편제가
구성진 국악의 고장,
이런 전통의 고을서
나고 자랐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09일
ⓒ e-전라매일


내 고향은 남원이다. 남원은 신라 때부터 5소경(小京)의 하나로 한반도의 남녁에 자리한 천년고도이다. 아직도 산자수명하고 숲이 많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전원도시다. 그래서 그 역사적 유래만큼이나 고풍스런 전통과 문화유산 그리고 민속에 관한 속설도 많다. 남원의 4대 명당(明堂)에 대한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다.
양택지(집터)에 일 이언, 이 지당, 삼 대실, 사 홈실이고, 음택지(묘지)로선 동 복호(伏虎), 서 선녀(仙女), 남 비룡(飛龍), 북 장군(將軍) 혈(穴)이 그 것인데, 나는 그 중 남원의 제일 양택지라 일컫는 이언(주생면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배산임수로 경관도 빼어날 뿐만 아니라, 고려 때에 세워졌다는 용장서원과 춘향전 작자로 알려져 있는 양주익의 생가가 있는 유서 깊은 반촌이다. 넓은 들녘과 그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섬진강의 상류인 요천수가 있고, 그 강 건너 멀리 구름 속에서 동서로 거대한 웅자를 드리우고 있는 지리산, 그리고 남원 시가지를 병풍처럼 올올하게 껴안고 있는 교룡산(蛟龍山). 그 교룡산의 서남방 자락에서 내가 태어나고 자랐다.
따뜻한 봄날이면 뒷동산엘 자주 오르곤 하였다. 청솔가지에 물이 오르고 산꿩이 한가롭게 우는 양지바른 언덕에서 들녘을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자운영꽃들이 유난히 많이 핀 논에선 벌떼들이 잉잉거리고, 그 사이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간간이 전라선을 달리는 기차의 기적, 멀리 신작로를 따라 장(場)을 보러 가는 장꾼들의 긴 행렬, 이런 풍경 속에서 어린 시절 나는 꿈많은 소년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 무렵 뒷동산에서 즐겨 읊던 시가 있었다. ‘바람아 나는 알겠다./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며 / 또 나의 얼굴을 스쳐/ 하늘 끝에 우는 네 말을/ 나는 알겠다’(유치환. 「바람에게」) 이 시로 인해 시와 나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중 2때 국어 시간에 윤주순 선생님께 읊어 주셨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그리움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그리고 당시에 유행했던 연가풍의 소월 시, 이처럼 뭔가 애달프고, 안타깝고, 간절한 정서가 울적한 사춘기의 나를 달래주곤 하였다.
교룡산은 내 어린 시절 꿈의 동산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외가(대산면 금강)에 가는 날, 마당재를 오갈 때 그곳에서 펼쳐지는 사철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봄이면 온 산에 가득 피어있던 진달래와 풋풋한 칡뿌리 내음, 얼음처럼 차가웠던 찬샘(冷泉)의 등목과 가재잡이, 그리고 겨울의 토끼몰이 찐 고구마 등으로 언제나 배부르고 신바람 나는 외가행이었으니, 교룡산은 내 어린 시절 추억의 고향이요, 또 일찍이 나에게 눈물과 한숨을 안겨 준 원한의 대상이기도 하다. 선친께서 이 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다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병을 얻고 그로인하여 집안이 몰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 산을 중심으로 명당을 얻으려 많은 공력을 들였다 한다. 어린 시절 성묘길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명당과 풍수에 관한 이야기, 그 때문인지 지금도 나는 어느 산천을 지나든지 간에 산세에 관한 나의 관심은 남다르다. 「교룡산성」이란 내 등단작도 이 산을 중심으로 창작되었다. 이처럼 산은 나와 가까이에서 아직도 내 조상들과 그 분들의 숨결을 느끼게 해 주는 내 정신의 원형인 셈이다.
춘향골 남원, 정유재란 때 만여 명의 군관민이 장렬하게 전사했던 만인의총(萬人義塚), 골골에 세워진 수많은 효열비, 그리고 『흥부전』과 「만복사저포기」의 고장, 어디 그뿐이랴. 육자배기와 동편제가 구성진 국악의 고장, 이런 전통의 고을에서 나고 자랐다. 틈이 나면 외가로 가는 마당재(교룡산 아래)를 한 번 걸어 보고 싶다. 지금은 그곳 가운데로 고속도로가 뚫려 가 볼 수도 없지만, 그 곁에라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고향 집 뒤안의 대바람 소리, 그리고 용이 승천했다는 용두봉(龍頭峰)과 뒷동산의 솔숲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운, 오 내 고향 남원이여.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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