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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기생충은
일반 대중의 생각에
허를 찌른
참신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가족
취업하기에 대한
동기화랄까
구체적 리얼리티는
보이지 않는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27일
ⓒ e-전라매일


‘황금종려상 수상의 천만영화 기생충’(전라매일, 2019.8.7)이란 글에서 이미 말했듯 ‘기생충’은 전세계 203개 국에 판매돼 한국영화 최다 판매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 ‘기생충’이 제92회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ㆍ감독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의 4관왕 수상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니 ‘신드롬’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먼저 국내를 비롯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터키 등에서 재개봉했단 소식이 들려온다. 1000여 개 극장에서 2000개로 늘어난 북미 상영관에 이어 앞으로 130여 개 국가에서 ‘기생충’을 개봉할 예정이란다. 흑백판 극장 개봉도 한다. 국내의 천만 관객에 따른 수익은 그만두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2,000억 원의 흥행 수익이 예고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지자체가 앞장서 ‘기생충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가령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의 촬영지를 배경으로 한 기생충 탐방코스 계획이 그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생충’의 주요 촬영지는 외국 팬들도 찾는 성지순례 코스가 됐을 정도로 한류 관광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와 전라북도는 지금은 철거되어버린 아쿠아특수촬영 스튜디오와 전주종합촬영소 세트장을 각각 복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라북도는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에 걸쳐 세트 공사와 촬영을 진행한 전주종합촬영소 세트장 복원으로 ‘여행체험 1번지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트장에선 박사장(이선균)의 집과 정원 등 영화의 60%쯤 촬영이 이루어졌다.
‘기생충’ 신드롬은 지난 12일 새벽 귀국한 ‘기생충’ 출연배우와 제작진이 “엄청난 수의 기사와 글에 어질어질”(동아일보, 2020.2.13.)이란 소감을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16일 귀국한 봉준호 감독 등 ‘기생충’ 제작진들은 문재인 대통령 초대로 20일 청와대 오찬도 가졌다. 그야말로 ‘열풍’이니 ‘신드롬’같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이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어떤 영화인가? ‘기생충’은 백수 기우(최우식)가 친구 소개로 박사장 집에 고액과외 교사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코믹하면서도 살벌한 이야기다. ‘기생충’이 봉감독 말대로 “한국 관객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영화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 영화”인 건 맞다.
언뜻 부잣집 딸과 가난한 대학생의 사랑 얘기 영화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그게 아니다. 동생 기정(박소담), 아버지 기택(송강호), 어머니 충숙(장혜진) 등 가족 전원이 미술교사ㆍ운전기사ㆍ가사도우미로 각각 취업해 박사장 집에 들어가서다. 그런 취업은 가난한 자들의 부자 세계 진입으로 영화의 핵심 갈등이다. 빈부 격차의 뚜렷한 대립이 그것이다.
일단 일반 대중의 생각에 허를 찌른 참신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배우들 역시 각자 맡은 극중 캐릭터에 잘 녹아든 열연을 펼쳐 일상성의 박진감에 일조한다. 민혁(박서준)의 다혜(정지소)를 지키기 위한 속내가 있어 친구이면서도 자신보다 한 수 아래인 기우를 굳이 고액과외 교사로 소개한 설정역시 그럴 듯하다.
그러나 전 가족 취업하기에 대한 동기화랄까 구체적 리얼리티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반지하 방에서 스마트폰 신호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피자 상자 접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등 째지게 가난한 모습이 펼쳐진다. 가족이기에 구성원 모두의 취업이 이심전심일 수도 있다. 그럴망정 ‘작전회의’ 한 번 없이 마치 짠 듯 차례로 취직시켜 나가는 것은 좀 아니지 싶다.
가령 기정이 자신을 데려다주는 박사장 자가용 기사를 해고당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팬티를 벗어 차안에 놓는 장면이 그렇다. 아빠 취직을 노린 참신하면서도 아연 긴장감을 갖게하는 사건이긴 하지만, 그런 기정에게 관객이 동화되진 않는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발견할 수 없어서다. ‘봉테일’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기우와 다혜의 뽀뽀라든가 박사장과 연교(조여정)의 소파에서의 손 애무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기택이 박사장 저택에서 가사도우미가 된 충숙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거나 사모님인 연교의 손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손 애무 장소가 기택과 아들 딸이 숨어있는 탁자 아래 바로 그 옆 소파인 점을 감안하면 극적 흥미는 끌망정 빈부 격차의 ‘보편적 주제’ 구현에 어떤 기여를 할지는 의문이다.
좀 아니지 싶은 장면은 더 있다. 기정이 흡연하고 부모 앞에서 ‘에이, 시펄’ 하는 거친 언사가 과연 가난한 자들의 부자에 대한 통쾌한 한 방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의아해서다. 근세(박명훈)의 칼부림은 그렇다쳐도 기택이 박사장을 왜 칼로 찔러 죽이는지도 의아하다.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한 순간적ㆍ본능적 방어수단이라 해도 그렇게 느낄만한 설명이 없다.
기택의 살해에 대해 “자신의 상처받은 가부장적 위엄을 되찾기 위해 난동을 부리고, 결국 사회로부터 격리당한다.”(동아일보,2020.2.24.)는 주장이 있지만, 무릇 관객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재미있게 ‘기생충’을 본 건 맞는데, 그러나 가장 큰 아쉬움은 ‘1987’처럼 보는 내내 시큰하고 뭉클한 뭔가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고보면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심사위원뿐 아니라 천만 명 넘는 관객들조차 ‘기생충’에 많이 관대했던게 아닌가 싶다.


/장세진
방송 · 영화 · 문학평론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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