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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의 횡포

<살며 생각하며•11>
제도상의 헛점을
이용하여 다수결이면 그만이라는 신종 총회꾼들의 횡포가
구성원들 간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2일
ⓒ e-전라매일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법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법을 제정한 구성원들의 정서에 부합된 나름대로의 합리성과 도덕성을 견지함으로써 구성원들간의 공감과 신뢰를 획득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법(法)이란 글자의 모양새를 보아도 ‘물수(水)’자에 ‘갈 거(去)’자가 회의된 것으로 보아 ‘흘러가는 물’과 같은 게 법이라 하였으니 법은 그 속성상 자연스러운 순리로써 강제성 이전의 신뢰감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되리라고 본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지상을 보면 자기네들이 제정한 법을 스스로 어겨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는 무언다수의 국민들에게 적잖은 분노와 실의를 안겨준 지도자 아닌 지도층들이 있어 허탈한 심정 가눌 길이 없다.
4.15 총선을 앞두고 요즈음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각 정당별 비례대표 정당에 대한 논쟁만 보아도 그렇다. A당에서 비례정당인 ‘미래000’을 만들겠다고 하자, 바로 상대당인 B정당에서, 그것은 ‘꼼수정당’, ‘위성정당’, ‘가짜정당’으로 기형적이고 민심을 왜곡하는 비겁한 행위라고 맹비난을 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러다간 A당에게 적지 않은 비례의석을 내주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기들도 ‘비례000’을 만들겠다고 금시 말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정치는 생물이라 일단 국회에서 과반수이상을 차지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꼼수와 꼼수의 대결’로 정치판이 파렴치해졌다고 통탄해 하면서 조변석개로 법을 바꾸고 논리를 바꾸어 혹세무민하는 정치현실을 개탄해 했다. 참으로 후한무치 부끄러움을 모르고 미안함을 잃어버린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못지않게 우리가 경계하고 염려하여야 할 또 하나의 사회적 병폐현상이 있으니 그것은 범법 그 자체보다도 이제는 우리가 정해 놓은 제도 그 자체로 인해 새로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네 삶은 너나 할 것 없이 남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갖질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권이 자연 직장단위로 좁혀지면서 가까운 친지와도 쉽사리 만나 정담을 나누지 못 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친목단체나 각종 모임에서도 모임 시간이 대부분 식사를 겸한 짧은 시간대로 짜여져 있다.
또 시간에 쫓겨 어렵게 몇몇이 모였다하더라도 정족수가 차지 못해 유회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최근 각종 모임단체에선 참석자가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그들에 의해 성회(成會)가 될 수 있도록 회칙을 수정하고 있다. 회원의 2/3이상에서 참석자의 과반수로 바뀌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참석자의 다수결로 고쳐 일사천리로 회무를 처리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제도상의 헛점을 이용하여 다수결이면 그만이라는 신종 총회꾼들의 횡포가 구성원들 간에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다수결 만능주의」의 횡포들에 의해 각종 회의는 이미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하면서 우리 사회의 이곳저곳에서 악화가 양화들을 구축하고 있다. 그들의 횡포가 순수하지 못하고 그들의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여도 ‘저 살기’에 바쁜 다수의 양식 있는 회원들이 회의석상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한 이미 수의 우세를 확보하여 조직적으로 짜고 들어오는 이들의 횡포를 물리칠 묘책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몇 십 명, 몇 백 명만 작당하면 어지간한 단체를 점령하기란 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명분이고, 순리고, 위계질서가 문제가 안 된다. 그저 참석자의 다수결이면 그만이다. 소위 합법을 가장한 다수결의 횡포가 이 사회의 각종 선거와를 휩쓸어 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과 각종 사회단체는 물론 아버지와 아들, 교수와 학생에서 마을 일에까지 젊은이들이 다수결로 만사를 결정하려 하고 있으니, 그게 과연 실질과 내용에 합당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라 하겠는가? 1차 대전 후 독일 나치의 형식적 합법주의가 한 세기를 어지럽혔던 악몽을 떠올리면서 민주주의란 이름 아래 횡행하고 있는 오늘의 ‘「다수결 만능주의’를 염려해 본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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