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7-06 06:17:0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칼럼

건지산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공동체

시민의 봉사정신이
중심축이 되어
함께하는 시민들의
마음들이 모아져
우리 사회를
사람답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1일
ⓒ e-전라매일
내가 살면서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 것 중의 하나가 건지산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의 특징이 계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 건지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봄이면 나무들이 내면의 생명력이 솟구쳐 오르면서 품어내는 연둣빛으로 계절의 시작을 알릴 때 무릉도원을 떠올리게 하는 복숭아꽃 분홍빛 물결과 함께 각각의 색으로 온 산을 물들이는 봄꽃들의 향연, 여름에는 인상파화가 구스카브 카유보트의 그림에 나올듯한 푸른빛이 넘실대는 나무들, 꽃보다 아름다운 황홀한 가을의 단풍길, 눈꽃 속에 생명의 수렴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들의 겸허한 모습,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이다.
이 앙증맞은 산은 동물원 길을 중심으로 조경단이 있는 동편과 소리문화전당이 있는 서편으로 나뉘는데 양쪽 다 나름의 푸름으로 우리의 마음에 파랑새를 안겨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서편 쪽에 가까워 나는 서편길을 주로 다닌다. 입구에 있는 주말농장을 지나 보랏빛 꿀풀들이 환영해주는 묘지 앞을 씩씩하게 걷다가 과수원길을 지날 땐 열매의 미래를 생각하며 침샘을 자극시키다 보면 오송제가 나타난다. 왜가리나 쇠물닭, 청솔모 등 동물들의 다채로운 등장과 곳곳에서 펜풀룻이나 오카리나, 또는 하모니카 연주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수준 있는 실력을 뽐내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오송제 산책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오리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송제를 돌아 편백나무 숲을 들어설 때 운이 좋은 날이면 기타와 바이올린 2중주의 연주공연(밴드명 : 오송제 사람들)을 보면서 청각의 즐거움을 덤으로 얻어갈 수도 있다. 정상 가까이 가면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몸을 단련시키는 시민들의 모습은 정자나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나누는 풍경과 어우러져 자기관리를 하면서 맛깔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여준다. 내가 화가라면 이러한 시민들의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생활을 캔버스에 담고 싶은데 재능이 없어서 간단하게 글로 그려보았다.
그런데 건지산 산행에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생겨서 소개하고자 한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장군바위가 있는 곳을 향하여 걷는 중간지점 쯤 길 양옆에 팬지와 맥문동을 중심으로 한 작은 꽃밭이 생겨나더니 요즘 들어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어느 시민 한 분이 꽃밭을 열심히 가꾸고 계신다. 내가 건지산을 가는 시간이 별로 규칙적이지 않은데 그분을 볼 수 있는 날이 많다. 어쩌면 거의 매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내고 계신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꽃밭 주변에 하나 둘씩 물병이 놓여지기 시작했다.
꽃밭 가꾸기 봉사하시는 분에 대한 감사와 이 일에 뜻을 같이하고 싶은 오가는 시민들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 후로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들로 이 일에 동참하였다. 어느 때인가는 풀을 뽑아주는 손길이 보였고, 호미로 흙을 골라주는가 하면 꽃모종을 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기금도 모아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도움들로 꽃밭이 커져가면서 피어나는 꽃들의 종류가 엄청 많아졌다. 전체의 길이가 눈대중으로 80m는 될 듯하고 한쪽 길에만 있던 꽃밭이 양쪽에 대칭을 이루면서 화사하게 건지산을 수놓는다. 빨갛게 달아오른 양귀비꽃들이 현란하게 하늘거리고, 보라색 붓꽃들은 우아하고 청순하면서 고고하게 흔들리는가 하면, 사계국화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동그랗게 모여서 속살거린다. 눈길을 돌리면 주황의 서광이 미친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봄 내내 함께 해준 튤립이 친구처럼 미소 짓는다. 요즘 키 작은 장미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외출복차림으로 등장하였다. 분홍낮달맞이꽃이 나를 달인 양 맞이해주고, 진분홍의 페추니아는 내게 눈길을 열어주며 친한 척 한다. 이들 외에도 내가 이름을 모르는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꽃길만 걷고 싶은 소원을 이루어준다.
같이 다니는 후배와 함께 우리도 작은 정성을 기부하면서 뿌듯한 느낌을 가졌다.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 시대에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현장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다. 공동체 공간을 아름답게 가꿔가려는 한 시민의 봉사정신이 중심축이 되어 함께하는 시민들의 마음들이 모아져 우리 사회를 사람답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옥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전북 대표 국립전주박물관, 새로운 35년을 열다  
“국정 혼란 속 도민 안정 · 민생 회복 의정활동 총력”  
임실교육지원청, 작지만 강한 교육혁신 중심으로  
시민 모두 안전하고 편리한 선진 교통 도시로 도약  
민선 8기, 무주다운 삶터·일터·쉼터로 눈도장  
변화의 10년, 도약의 1년… 다시 시민과 함께  
김제시 경제도약 이끌 구심점, 김제상공회의소 개소식  
전주세계소리축제 “본향의 메아리, 세계를 울리다”  
포토뉴스
순창군, 제4회 강천산 전국 가요제 참가자 모집… 8월 29일까지 접수
제4회 강천산 전국 가요제가 오는 9월 27일 토요일 순창군 강천산 군립공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가요제는 순창군이 
완주 도서관에서 만나는 여름휴가, 인문학 강의 개막
완주군과 전북대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25 인문학 지식나눔 강좌’가 오는 8일 오전 10시, 삼례도서관에서 첫 강의를 시작으로 본격 운 
한강 개인전 ‘소화받지 못한 자들’, 우진문화공간서 개최
우진문화공간 갤러리가 7월 3일부터 16일까지 한강 작가의 개인전 '소화받지 못한 자들 (Those who are not digested)'을 
전북관광기업 컨설팅&아카데미 성료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과 전북특별자치도는 도내 관광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관광기업 맞춤형 컨설팅 
추억 여행, ‘근대어때’ 완주 삼례 3,700명 몰려
뜨거운 여름, 완주 삼례에서 근대문화가 다시 꽃피웠다.지난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 일원에서 개최된 ‘2025년 근대역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편집·발행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