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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산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공동체

시민의 봉사정신이
중심축이 되어
함께하는 시민들의
마음들이 모아져
우리 사회를
사람답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1일
ⓒ e-전라매일
내가 살면서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 것 중의 하나가 건지산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의 특징이 계절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 건지산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봄이면 나무들이 내면의 생명력이 솟구쳐 오르면서 품어내는 연둣빛으로 계절의 시작을 알릴 때 무릉도원을 떠올리게 하는 복숭아꽃 분홍빛 물결과 함께 각각의 색으로 온 산을 물들이는 봄꽃들의 향연, 여름에는 인상파화가 구스카브 카유보트의 그림에 나올듯한 푸른빛이 넘실대는 나무들, 꽃보다 아름다운 황홀한 가을의 단풍길, 눈꽃 속에 생명의 수렴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들의 겸허한 모습,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이다.
이 앙증맞은 산은 동물원 길을 중심으로 조경단이 있는 동편과 소리문화전당이 있는 서편으로 나뉘는데 양쪽 다 나름의 푸름으로 우리의 마음에 파랑새를 안겨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서편 쪽에 가까워 나는 서편길을 주로 다닌다. 입구에 있는 주말농장을 지나 보랏빛 꿀풀들이 환영해주는 묘지 앞을 씩씩하게 걷다가 과수원길을 지날 땐 열매의 미래를 생각하며 침샘을 자극시키다 보면 오송제가 나타난다. 왜가리나 쇠물닭, 청솔모 등 동물들의 다채로운 등장과 곳곳에서 펜풀룻이나 오카리나, 또는 하모니카 연주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수준 있는 실력을 뽐내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오송제 산책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오리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송제를 돌아 편백나무 숲을 들어설 때 운이 좋은 날이면 기타와 바이올린 2중주의 연주공연(밴드명 : 오송제 사람들)을 보면서 청각의 즐거움을 덤으로 얻어갈 수도 있다. 정상 가까이 가면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몸을 단련시키는 시민들의 모습은 정자나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나누는 풍경과 어우러져 자기관리를 하면서 맛깔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여준다. 내가 화가라면 이러한 시민들의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생활을 캔버스에 담고 싶은데 재능이 없어서 간단하게 글로 그려보았다.
그런데 건지산 산행에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생겨서 소개하고자 한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장군바위가 있는 곳을 향하여 걷는 중간지점 쯤 길 양옆에 팬지와 맥문동을 중심으로 한 작은 꽃밭이 생겨나더니 요즘 들어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어느 시민 한 분이 꽃밭을 열심히 가꾸고 계신다. 내가 건지산을 가는 시간이 별로 규칙적이지 않은데 그분을 볼 수 있는 날이 많다. 어쩌면 거의 매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거기서 보내고 계신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꽃밭 주변에 하나 둘씩 물병이 놓여지기 시작했다.
꽃밭 가꾸기 봉사하시는 분에 대한 감사와 이 일에 뜻을 같이하고 싶은 오가는 시민들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 후로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들로 이 일에 동참하였다. 어느 때인가는 풀을 뽑아주는 손길이 보였고, 호미로 흙을 골라주는가 하면 꽃모종을 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기금도 모아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도움들로 꽃밭이 커져가면서 피어나는 꽃들의 종류가 엄청 많아졌다. 전체의 길이가 눈대중으로 80m는 될 듯하고 한쪽 길에만 있던 꽃밭이 양쪽에 대칭을 이루면서 화사하게 건지산을 수놓는다. 빨갛게 달아오른 양귀비꽃들이 현란하게 하늘거리고, 보라색 붓꽃들은 우아하고 청순하면서 고고하게 흔들리는가 하면, 사계국화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동그랗게 모여서 속살거린다. 눈길을 돌리면 주황의 서광이 미친듯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봄 내내 함께 해준 튤립이 친구처럼 미소 짓는다. 요즘 키 작은 장미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외출복차림으로 등장하였다. 분홍낮달맞이꽃이 나를 달인 양 맞이해주고, 진분홍의 페추니아는 내게 눈길을 열어주며 친한 척 한다. 이들 외에도 내가 이름을 모르는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꽃길만 걷고 싶은 소원을 이루어준다.
같이 다니는 후배와 함께 우리도 작은 정성을 기부하면서 뿌듯한 느낌을 가졌다.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 시대에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현장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다. 공동체 공간을 아름답게 가꿔가려는 한 시민의 봉사정신이 중심축이 되어 함께하는 시민들의 마음들이 모아져 우리 사회를 사람답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옥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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