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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에서 살아보니

짧은 두 달 동안
서툰 곳에서 살아
보아도 역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제일이리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1일
ⓒ e-전라매일
여행이라는 이름만 붙여도 우리의 가슴은 마냥 설레임을 주기도 하고 여기에 슬쩍 낭만이라는 단어를 올려놓으면 가슴부터 뛰는 멋진 여행이 되리라..
익숙한 곳에서 잠시 벗어나 한번쯤은 낯선 곳에서 두어 달 살아본다면 기쁨은 두 배가 되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곤 한다.
요즈음 낯선 곳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음도 재 충전을 하기 위함이오, 추억 쌓기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곳이 예술적인 도시라면 더 좋은 텐데...
나도 젊은 날엔 가까운 일본에서 살아보기를 꿈꾸어 보며 일본어도 배우기도하고 여러 번 물색 작전에 나서보기도 했지만 모두가 지나가는 바람이 되곤 했다. 그러던 중 나이 들어 지중해식 식사요법에 참여할 수있는 기회가 열렸는데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였다.
처음엔 8주가 좀 긴 듯 했지만 대형 병원에서 실시하는 점을 감안하고 또 주변 모두들이 응원해주어 짐을 싸들고 상경했다. 그리곤 이왕 두 달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멋진 날이 되기 위해 계획도 단단히 세웠다.
젊은 날 엔 출근하듯 다녔던 도심속의 덕수궁도 자주 가보고 싶은 생각도 하며 8주 동안에 머물 계획서에는 가고 싶은 여러 곳과 하여야 할일을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메모에는 그동안 못 찾아 뵌 선생님도 뵙고싶다는 글귀도 적어놓았다.
그런데 아뿔싸, 트렁크를 풀어 놓은 후 며칠이 지나자 나는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깊은 잠에 들지도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고장 신호가 날아와 정형외과로, 안과로, 이비인후과로 마치 동네 병원을 공연하듯 순회를 하곤 했다.
“낭만여행이 아니다. 나는 지금 건강해지기 위해 약 같은 지중해식 식사 요법을 하려고 충전 하러왔다!”라고 기억 속 맨 위에 적어놓았건만 얼마가 지나자 나도 모르게 익숙한 곳이 그리워졌는지 어미 곁을 떠난 강아지처럼 저녁 무렵이면 내가 살던 곳이 떠올라 끙끙거리기도 했고 하는 일없이 몸살이 나기도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가족들과 함게 생활하고 있는데 왠 허전함이라니,,,,
서울이란 곳, 분명 낯선 곳도 아니다. 4년이란 대학생활속에서 내 청춘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결혼하여 십여 년간 살았던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 아니던가. 젊은 날에는 그리도 살고 싶었던 곳 이라서 분명 낯선 곳도 아니라 편안 할 줄 알았는데 마치 다른 나라에 온듯 늘 서투르고 어색하여 정신차리지 않으면 길마저 헤매이곤 했다.
8주간! 이래저래 하다보면 금세 지나갈 것만 같았고 첫째도, 둘째도 오직 건강만 생각하자고 다짐도 했던바, 아침이면 집 앞 수영장을 다녀오고 오후엔 예술의 전당의 뒷산 대성사에서 내려올 무렵이면 음악 분수대의 노래가 흐르는데 그때 감나무아래에 앉아서 잊었던 추억도 슬그머니 꺼내려하면 그럴수록 가슴이 탁 하니 막혀있는 듯 갑갑함이 오곤했다.
하도 이상해 찬찬히 내 가슴을 파 헤쳐 보니 가장 중요한 동행자의 빈곤이 보였다. 함께 음악을 듣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생각을 공유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웃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4주가 지나자 알 수 없이 텅 빈 집 생각이 스믈스믈 연기처럼 피기 시작했다. 매일 아파트 앞마당에서 스치듯 만나는 이웃들의 미소, 해 질 무렵이면 아파트 오솔길을 걷는 사람들과의 눈인사가 스믈스믈 눈 앞에 아롱거리며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촌스러워지는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이런 고난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8주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건강도 좋아지고 검진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온 지금, 나는 오늘도 아파트 오솔길을 열심히 걷고 있다. 서울 수영장에서 만난 세련된 사모님들보다 기뚱거리며 걷는 어르신들에게 눈인사하는 옛날의 나로 돌아온 게 즐겁기만 하다.
짧은 두 달 동안 서툰 곳에서 살아보아도 역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제일이리라.
어느 덧 잠시 뒤돌아보니 여행도 젊은 날의 유희(遊戱) 가 아니겠느냐고 말 해 주고 싶은 나이가 되어있어 조금 우울해지는 오후이다.

/박지연 시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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