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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

일상에서 습관적
으로 반복하는 것들
보다 존재의 모습을
낯설게 하여 일상에
서 둔감해진 우리
지각이나 인식의
껍질을 벗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
하는 예술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6일
ⓒ e-전라매일
문학에서 흔히 쓰는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란, 낯익은 기존의 습관을 파괴하여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인식케 하는데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익숙하고 진부하여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한다. 그만큼 낡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언어 또한 그렇다. 그래서 시인들은 일상 언어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롭고 낯선 언어, 곧 표현 형식을 다양하고 새롭게 시도하여 보다 생생한 감각을 일깨우고자 노력한다.
일상 언어는 내용 전달이 목적이기에 형식이 그리 중요치 않지만, 문학 특히 시는 전달 매체인 언어 그 자체가 생명이기 때문에 표현 형식, 곧 시어 선택과 조합이 매우 중요하다. 형식의 새로움이 내용의 새로움, 곧 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봄이 온통 벚나무 가지에 붙어 있다’ 이는 물리적·객관적 사실의 세계가 아니라, ‘벚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주관적 해석과 느낌에 충실한 표현이다.
인간의 삶이란 객관적 사실보다 그것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 느낌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당신에게서 구겨진 물들이 걸어 나온다’ 이 구절 또한 난해한 듯 보이지만, ‘당신이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슬쩍 위 시구처럼 ‘고통으로 일그러진 눈물들’을 ‘구겨진 물’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를 ‘물들이 걸어 나왔다.’로 시적 변용을 일으켜 낯설게 표현하고 있다.
뻐꾸기가 울었다, 낭산을 도르르 말아 올린다./ 경운기 끌고 탈,탈,탈 노랑나비 한 마리 오고 있다 / 노랑나비를 타고 온 낭산 하늘이 잠시 파르르 떤다./ 무논에 콸콸콸 어린 봄이 재충전 되고 있다 / 왜가리 한 마리 진흙  묻은 자전거 타고 둑길로 오고 있다 / 뻐꾸기가 울었다, 둑길의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봄나들이 간다, 낭산이 도르르 풀리고 있다
-김성춘, <5월, 들> 전문

간밤에 내린 비로 생기에 넘친 들녘, ‘노란 비닐 옷을 입은 농부(나비)’가 ‘탈, 탈, 탈 경운기 끌고 나오고’, 메말라 있던 ‘무논에 콸콸콸 모처럼 물(어린 봄)이 흘러들어’가면서 들녘을 재충전하고 있다. 그 사이 저 둑길에선 흰 옷을 입고 ‘왜가리처럼 키가 껑충하고 깡마른 그러면서도 허리가 굽은 늙은 농부’가 진흙 묻은 자전거를 타고 둑길로 오고 있다. 들녘에 일하러 나온 ‘농부’를 ‘노랑나비’와 ‘왜가리’로, 그리고 이른 봄 메말라 있던 들녘(논)에 ‘물(水)’이 투입되어 ‘봄기운이 퍼져가는 형상’을 ‘어린 봄’이 ‘도르르 풀리고 있다’로 낯설게 표현하고 있다.

초여름 밤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목청껏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소리로 엮은 새끼줄이 팽팽하다// 갑자기 왼쪽 논 개구리들의 환호성/ 소리 폭죽을 터뜨린다 // 방금/ 오른 쪽 논의 개구리 소리줄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나 보다 -강명수, <줄다리기> 전문

‘줄다리기’는 여름 밤 양 쪽 무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들의 울음소리를 은유적으로 슬쩍 바꾸어 표현한 시적 치환이다. 결국 시적 언어란 이처럼 기존의 언어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사물을 얼마나 새롭게 인식하고 디자인하여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경험적․객관적 세계가 아니라 순수 직관으로 전회(轉回)하여 자기 느낌에 충실한 동심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시란 평소 삶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다른 형식의 언어, 곧 ‘낯설게 하기’로 창작한 작품이다.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들보다 존재의 모습을 낯설게 하여 일상에서 둔감해진 우리 지각이나 인식의 껍질을 벗고 미적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예술이다.
모더니즘 이후 등장한 이 ‘낯설게 하기’ 라는 문화적 코드는 이제 모든 예술의 지상 명제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음악과 영화, 무용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반에까지 파급되어 21C의 성공 코드가 되어 가고 있다. 지식 정보 시대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맨 처음 간 사람이 남보다 앞서간다. 그러기에 이러한 문화적 코드는 한동안 이 시대를 지배해 가리라 본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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