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로 살다
우리 누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코로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각자가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만이 최상의 방책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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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가 울더니 이** 혁신점에 간 적 있느냐 묻는다. 뒤이어 두 명이 다녀왔고, 그중 한 명은 고열이 있다는 카톡이 도착한다. 다음날 오전, 증상이 있던 교육생이 COVID-19 확진이 되었고, 3일간 동일 교육을 받은 전국 각지의 10명이 일순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다. 코로나 진단검사를 하러 갔다. 방역복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차창 너머로 체액을 채취하고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돌아가 주차 후엔 누구도 차를 사용해선 안 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할 것, 식사는 혼자서 해결하고 개인 화장실을 갖춘 곳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릴 것 등이다. 진단결과 전에 제출해야 할 것이 있었다. 다닌 장소와 만난 사람을 일 분 단위로 쪼개어 기록한 자료인데, 판정 여부에 따라 신속하게 쓰일 중대 정보였다. 정확을 기해 통화나 카드 사용 명세를 참고하며, 동승인과 식사를 같이 한 사람의 신상 역시 필수다. ‘사람’이라는 동물이 96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장소를 옮겨 다니고 수십 명의 사람과 접촉하는지를 절실히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당분간만 격리 상태를 유지해 주십사 일일이 부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날 저녁, 음성 판정과 함께 10일 자가 격리 통보가 왔다. 남원의 첫 확진자가 되거나 직장 폐쇄의 위기는 넘겼지만, 발현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내 안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 거주지 이동 신고를 하고 기다리니 집 앞에 구급차가 도착한다. 하루 두 번씩 체온, 기침 등 몸 상태를 「격리자 안전관리 앱」에 입력한다. 생활용품과 잔반은 수시로 살균제를 뿌리며 보관해 두면 격리 마지막 날 한 번에 거둬가는 방칙이다. 물론, 보건요원이 방문해서 채취해 간 시료의 결과가 음성이어야만 해제가 풀린다. 활동가인 나에게 열흘은 긴 시간이다. 처음엔 물의를 일으켰다는 자책감에 TV도 책에도 몰두가 힘들었다. 밤에도 깊게 잠들지 못해 낮이나 밤이나 멍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보고 싶고 남편에게도 미안하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망망대해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 찾아왔다.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보건소 직원에게 하소연을 하니, 격리라도 좋으니 며칠만 쉬고 싶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나는 얼마나 어리광쟁이인가! 올 초부터 현재까지 주말도 없이 애쓰는 의료인들이 좀 많은가!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방역의 중심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있다면 그 주변으로 각계각층의 보건행정·의료인들이 그물처럼 엮여있고 가장 끝자리에 내가 있었다. 격리자의 수칙을 잘 따르는 게 가족과 지역을, 국가와 세계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확장해 나갔다. 나는 별 탈 없이 귀가했다. 순식간에 병원으로 옮겨졌거나, 중증 환자가 되었거나, 완쾌되었다 해도 여러 부작용을 가졌을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절로 몸이 옴츠러든다. 우리 누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코로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적과 성별을, 연륜이나 부유 여부를, 지혜나 어리석음을, 신앙의 깊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각자가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만이 최상의 방책이다. 더러는 관리를 철저히 했다손 쳐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 앞서 거론한 교육생 또한 마스크를 착용한 채 5분 정도를 동일 시공간에 머물렀을 뿐이다. 운이 안 좋았으니, 심하게 자책할 필요도 없다. 다만, 본인의 정상 회복에 애쓰는 동시 자신이 밟아온 동선과 접촉자를 세밀히 밝혀 타인과 지역에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또는 그들의 의무이자 도리이다. 지금 세계는 끝을 알 수 없는 전쟁 중이며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서 최후의 방어막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린다. “도대체, 뭣이 중 헌디!”
/유수경 전북시인협회 남원지부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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