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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과 선시

펄벅 여사가 한국에
와서 본 한국의 풍경
에 대하여 쓴 체험기
의 한 대목을 인용해
‘시’와 ‘산문’과
‘선시(禪詩)’와의
차이의 단면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보고자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5일
ⓒ e-전라매일
영국의 비평가 허버트 리드는 언어를 ‘일상 언어’와 ‘시의 언어’로 나누어, 일상 언어를, 이해하기 쉽게(easy to understand) 설명한 ‘분산의 언어’라 하고, 시의 언어를, 안으로 그 뜻을 함축한 힌트(a hint)의 언어, ‘응축의 언어’라 구분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1938년 노벨문학상을 탄 펄벅 여사가 한국에 와서 본 한국의 풍경에 대하여 쓴 체험기의 한 대목을 인용하여 ‘시’와 ‘산문’과 ‘선시(禪詩)’와의 차이의 단면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보고자 한다.

[산문]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 준 글이다.

장편소설 대지(大地)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탄 펄벅 여사가 1960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우선 여행지를 농촌마을로 정하고 경주를 방문하던 그녀의 눈에 진기한 풍경이 발견됐다. 그것은 황혼 무렵, 지게에 볏단을 진 채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던 농부의 모습이었다. 펄벅은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실어버리면 아주 간단할 것이고, 농부도 소달구지에 타고 가면 더욱 편할 것인데~ 라고 생각하고...펄벅 여사가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다. “에이, 어떻게 타고 갑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 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회고 하였다. -펄벅. 「펄벅여사를 감동시킨 한국 농부의 마음」에서

펄벅 여사가 농촌을 여행하던 중 목격한 체험기를 그대로 옮겨 적은 수상문 그대로의 산문이다.

[시]
-응축과 암시의 짤막한 글이다.

해질 무렵 지게에 볏단을 진 채 소달구지에도 볏단을 싣고 가던 농부를 만났다. 펄벅은 농부에게 “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걸어갑니까? ”
농부가 말했다. “에이! 어떻게 타고 갑니까?-펄벅. 「아름다운 풍경」

위 산문 중 이 대목만을 인용하면, 형상을 내세워서 그 뜻을 넌지시 암시하는 입상진의(立象盡意)의 산문시가 아닌가 한다.

[선시(禪詩)]
-선사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깨달음의 세계를 알레고리로 비유

해질 무렵, 어느 농부가, 지게에 볏단을 진 채, 소달구지에도 볏단을 싣고 간다.-펄벅, 「농부와 소」

명나라 보하(普荷)스님은 그의 「시선편詩禪篇」에서, 선(禪)이면서 선(禪)이 없을 때 시(詩)가 되고, 시(詩)이면서 시(詩)가 없을 때 선(禪)이 된다고 했다. 위에서 제시한 펄벅의 「농부와 소」 선시에는 설명이 없다.
마치 어느 날 선승이 선사에게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하고 묻자 “뜰 앞의 잣나무라”고 선문답하듯, 위의 시 또한 언어도단, 불립문자의 선어(禪語)처럼 주제가 고도로 압축되어 감춰져 있는 구조의 선시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짤막하게 제시된, 이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서 자비로운 인간의 본성을 크게 깨쳐 전율하는 펄벅의 심미적 망아(忘我)에 동감하게 된다. 그러기에 아무리 건너뛰고 단절된 언외언(言外言)의 선시라 하더라도 그 어떤 논리적 연계가 끊어진 미궁의 의문만 남아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선문답이요 화두에 그치고 만 비선시(非禪詩)라 하겠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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